불안한 가운데 잠을 자고 일어나
밖을 보니 터프한 형님들 공놀이를 하고 있네
늦게 일어나서 브런치나 먹게 푸자타 하타로 갔다
오늘도 깔끔한 음식 배열에 믿음이 가고
하나씩 골라본다
먹음직스럽다
이렇게 골라봤다
크바스에 샐러드는 기본으로 깔고
국하나 메인 두개 이 정도면
배도 부르고 영양도 얼추 맞는것같고
가격도 저렴...
채소가 들어간 밀가루 전병 이라고나 할까
돼지고기와 채소 볶음
보르쉬보다는 헝가리 굴라시에 더 가까운 걸쭉한 스프
이게 한국인 입맛에 맞았다
약간 육개장 느낌
커피 한잔으로 입가심도 하고...
근데 맘이 불안하니 경치를 봐도 보이지가 않고
자꾸 숙소 걱정이 떠오른다
내가 이전에 25년에 걸쳐 40개국 넘게 여행하다가
다른 모든걸 포기하고 여행에 몰빵하기 위해
떠난것은 번잡한 세상사에서 멀리 떠나기 위해서 였던것같다
남들은 재테크니 부동산이니 코인이니 주식이니
그런것 생각만 하던데 나는 이상하게 저런게
무슨 소용있나 이런 식 ㅋ
특히 부동산...
세상에 의식주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에 투기하는 심보는 무엇인가
집값을 무작정 올려놓으면
다들 어떻게 살라는것인가
미친 짓이다
누군가 옷에 몇천억 투기해서
옷 한벌 200만원 정도한다면 어떻겠는가
제 정신들 차려야한다
여행에서 얻는 기쁨이 워낙 커서 남들이 관심갖는
분야엔 무관심했고 그런 나만의 길을 가고자
40대에 모든걸 정리하고 최장 30년에 걸친 장기여행을
구상하고 떠났는데 ...
우크라이나 여기서 이런 불안에 쌓여
여행의 기쁨을 놓치고 있으니...
내가 십대들하고 어울릴 나이도 아니고
어울려지지도 않고 이런 비정상적인 숙소에서
더 있어야하나 그런 고민...
그래도 맘만 먹으면 숙소를 바꾸면 되니
문제 해결은 어렵지 않은데
내가 저들을 너무 나쁘게만 보고 있나
생각도 해보았지만...
결정적으로 감이 너무 안 좋았다
뭔가가 내 몸을 자꾸 감싸고 떠나지 않는데
그게 감...육감...촉...뭐 그런게 너무 안 좋았고
어둠의 기운이 느껴지니 뭐...
다른 사람의 생각을 확실히 읽을순 없지만
어느 정도 자연적으로 느껴지게 되어 있다
너무 안 좋다
그래...
떠나자
하루 더 남았지만
그 숙박비 아깝다고 하루 더 머물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더구나 어제 크게 싸우며 떠난 손님이후로는
그 큰 도미토리에 더 이상 숙박객도 없고
내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테니 더 위험한
상황이라 판단되었다
현금, 카드, 여권은 항상 옆으로 매는 복대에
넣어 몸과 밀착해서 가지고 다니니 다른걸
다 분실해도 안심이지만 기분문제다
의욕상실이 일어나면 안 된다
부킹닷컴을 다시 검색해서 근처에 시설좋은 곳으로...
진짜 현지인의 아파트로 예약하고...
호스텔로 가는 길에 보니 공원에 죽치고 앉아
일없이 놀고 있는 청년들 보니 현 우크라이나의
경제 실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시내 중심가 약간만 현란할뿐 약간만 더
뒤로 들어가도 아주 낡은 건물들로 꽉 차 있다
이런 정도로 낙후한 유럽 나라는 가보지 못해서
좀 충격적이었다
호스텔로 와서 짐 다 싸서 체크아웃한다고 하니
숙소딸도 그 오데사출신 청년들도 잘 가라고
손흔들어주고 더 이상 따라오거나 하지는 않네
숙박 1일이 더 남았는데 묻지 않는것 보니
손님관리 이런거엔 관심도 없는 순박한 딸이다
하긴 10대때 노는거에 관심있지
무슨 경영이냐...
호스텔 후기에 내가 느낀 점 적어주고 나니
다른 손님들이 남긴 후기에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몇몇 글이 보였다
숙박 1일치 돌려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부킹닷컴측에서 후기봤는지
그만큼의 쿠폰을 며칠후 보내왔다
새로 선택한 숙소는 약간 언덕에 위치한
주택가의 아파트였다
친절하고 손님맞이에 익숙한 우크라이나 아가씨가
관리하는 숙소로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내가 폴란드에서 그렇게 궁금해하던
현지인 아파트를 직접 볼수 있어
더없이 기뻤다
아 이 나라 사람들은 이런 구조의 아파트에서
이렇게 생활하는구나
이런게 비교인류학인가 ㅋ
넓은 침대에 쇼파, 장식장 특히
저 벽난로에서 2차 세계대전때의
유럽 감성을 느낄수 있었다
그래
이거지
이런거지
이렇게 내가 잠시 동유럽인이 되어
살아있는듯한 살아보는듯한 이
온몸을 휘감는 쾌감에
내 모든걸 바친거지...
너무나 밝은 부엌은 기분을 즐겁게 해주었고
필요한 것은 다 구비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멋졌다
녹음이 주는 충만감도...
짐을 정리하고 풀어두고 나니
내 방같은 느낌이 조금 더 들었고
ㅋㅋ 근데 짐이 별로없다
그런데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으니
미니멀리즘이 별건가 ㅋㅋ
으흠...
기분좋다
제법 현대식 시설갖춘 큰 마트에 가서
먹거리를 좀 사왔다
완벽하다
인생에 이 외에 뭐가 더 필요한가
한국에선 매일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
피로감이 누적된 나는 이런 한적한 곳에서
고즈넉함을 느끼는게 굉장히 필요했고
필수적이었다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고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이 이상의 축복이 있을까
마트에는 샐러드가 항상 있어 다행이었고
치보 브랜드의 인스턴트 커피는 유럽 여정이
끝날 때까지 항상 사먹었고
맥주와 안주로 마른 오징어포는 정말 잘 어울렸다
위스키가 들어있는 초콜릿도 저 커다란게
2천원 정도여서
자주 사놓고 심심하면 까먹었다
호밀샌드위치는 맛은 별로였으나
식사로 적당했다
20대 30대때까지는
한국에서나 여행시나
자연적으로 친구들과 또는
동료 여행자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게 되고 또 그런 시간이 좋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아 이제 안심이 되고
모든게 잘 되리라는 희망이 저절로 생기고
잠도 편안히 잘 수 있겠구나
침대에 누워 이상한 호스텔에서 빠져나왔다는
안도감에 만족하며 음악을 들으며 푹 쉬었다
그러다 오후 늦게 어둑해질때쯤
리비우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위치한
전망대로 향했다
맵스미 지도상으로는 숙소 근처라
가볍게 생각하고 나왔는데
이 공원 근처까지는 잘 왔는데
더 이상 올라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
공원에 아이들도 놀고 있긴하지만 참 휑하다
유럽에 이런 나라가 있었다니 하고
또 충격을 받았지만...어쩔것인가...
인적도 드물고 해서
포기하고 일단 내려왔다
리비우 시내 중심으로 향해가는데
올드타운과 관광지 바로 뒤에
이런 60년대 거리가 나온다
옛날 영화속에 들어온듯한
느낌과 함께 또다시 기분이 업된다
밤에 한번 더 와보니 가로등도 없고
완벽한 어둠이 이 거리를 감싸고 있었다
어제 갔던 푸자타 하타 에 가서
양배추잎 찜과 스테이크, 샐러드와
크바스를 골랐다
먹음직스럽다
그리 기름지지도 않고
1층은 만석이라 지하로 왔는데
조명도 은은하고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다른 음식과 달리 크바스는 지하에서
주문해야한다
우크라이나 현지 티비보면서
식사하다가
잘 생긴 꼬마가 내게 관심을 보인다
벌써 크바스를 마시네 ㅋㅋ
요 아이는 살도 통통하고 옷차림도
좋아보이고 역시 당연히
여기도 빈부격차가 있구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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