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후 아침 6시에 숙소를 떠나 괴뢰메탑까지 부지런히 올라갔다...
가다가 커다란 개를 만났는데 정말 사납게 짖는 바람에 혼이 났지만
삼각대를 무기삼아 휘두르니 가버렸다...
처음 올라가보는 괴뢰메탑이었지만
워낙 목적지가 두드러져서
길치인 나도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꼭대기에 도착해서 한숨 돌리고 나니 7시 정도...
평지는 따뜻했지만 여기는 바람이 많이 불어
체감 기온이 아주 낮았다...
다행히 열기구들은 아직 이륙하지 않은 상태라
초보 사진가인 나는 더딘 준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생각외로 동네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투어객들을 실어나르는 차량들도 부지런히 모여들었다...
열기구의 크기가 상당해서 더운 공기를 채우는데만도 수십분이 흘렀다...
지루하게 기다리면서 차가운 바람속에 떨고 있으려니
내가 왜 여기 이러고 있는지 갑갑한 느낌도 들었지만
한발 한발 사진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참아내었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고도 심오한 사진의 세계에
뛰어들려면 무조건 많이 찍어대고
몸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더 있으랴...
아직 괴뢰메에는 태양의 더운 기운이 닿지 않고 있었다...
위에서 보니 카파도키아의 많은 마을중 유독 이 곳 괴뢰메가
관광객들을 빨아들이는 이유를 알수 있었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쌓인 마을은 장난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
이제 일부 열기구들은 떠오를 채비를 갖추고 손님들을 태우고 있다...
타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두려움에 울렁이고 있을까...
아님 환희를 맞이할려는 마음만으로 가득 차 있을까...
기다리다 잠시 마을의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조망했다...
아시아에서 내가 너무 오래 머문 거 아니야...
정말 세상은 넓고 볼건 많구나...
마지막으로 갈려고 아껴둔 남미쪽도
빨리 가고 싶은 조바심이 난다...
여기도 이런데 대체 남미는 어떻단 말인가...
지구의 신비함을 깨닫게 해주는
이 여행이란 것은 얼마나 유익한 것인가...
앗...
어느새 떠오르기 시작했구나...
한번 떠오른 열기구들은 순식간에 상승해 버렸다...
이제 태양도 서서히 떠올라 우치사하르 마을쪽을 비추고 있었다...
오늘은 바람 방향이 저 쪽인지 거의 다
러브밸리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태양빛을 머금은 풍선은 고유의 선명한 색상을
맘껏 자랑하고 있었고 생애 처음으로 실제 열기구를
대하는 나도 어린아이처럼 들떠서 셔터를 무한정 눌러대고 있었다...
역시 능숙한 열기구 운전자들은 승객들이
기뻐할 일들을 해준다...
모든 열기구들이 저렇게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소수만이 가능한 일이다...
저 멀리 보이는 우치사하르 성도 내일쯤 둘러볼 생각이다...
물론 혼자 걸어서...
이 곳은 정말 탐험할 장소가 무궁무진해서 좋다...
동화의 세계같은 괴뢰메...
정말 잘 왔다...
이 세상 경치 같지 않은 자연에 쏙 들어간
열기구는 정말 이질감을 준다...
저기까지 갔던 벌룬들이 괴뢰메탑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런 행운이...
바람 방향이 잘 맞는 날만
이런 경우를 만날수 있는데...
망원이 시원찮은 렌즈라 열기구를 크게 촬영하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은 행운이 다가와준 것이다...
바구니에는 10여명의 사람들이 오손도손 타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고...사진찍고...
그들도 나를 보고...사진찍고...
괴뢰메탑 꼭대기에 있던 사람들과 서로의 눈빛을
교환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해 온다...
하늘의 사람들과
땅위의 사람들이 만났다...
둥근 기구를 정말 조종하기 힘들텐데...
주로 운전은 유럽인들이 맡고 있다고 한다...
십여개의 열기구들이 동시에 떠다니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어느새 추위쯤은 잊어버리고 사진에
몰두하고만 있었다...
저렴한 투어비를 지불한 팀은 이미 착륙준비를 하고 있었고...
좀 더 많은 투어비를 지불한 팀은 아직도 한창 날고 있었다...
괴뢰메에 산재해 있는 여러 개의 계곡들 중 몇 곳을 더 돌고
출발지로 되돌아 오는 열기구들...
이제 대부분 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저 승객들에게는 얼마나 아쉬운 순간들이고
얼마나 짧게 느껴지는 비행이었겠는가...
뾰족하게 솟아있는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비켜서
통과하여 하강을 한다...
다른 팀들도 착륙하기 좋은 곳을 골라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한다...
착륙 지점에는 이미 차량이 대기하고 있어
승객들의 숙소까지 편안하게 데려다 주었다...
나도 며칠후 한번 더 오리라 마음먹고
괴뢰메탑에서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걸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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