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일찌감치 먹고 바로 바다로 갔습니다...
시원스레 서핑을 하기 위해서였죠...
비치보이인 해리에게서 1시간 보드빌리는데 30000루피아 랍니다...
햇빛이 비교적 덜 내리쬐는 10시부터 서핑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겁도 없이 중급자용 약간 작은 보드를 타고 나갔더니
앞으로 나가기는 커녕 자꾸 물속으로 보드가 가라앉아서 도저히
조절이 안 됩니다...
10분간 노력해보다가 어쩔수 없어 다시 나왔습니다...
이건 팔힘이 아주 강해야만 탈수가 있는거랍니다...
비치보이인 해리입니다...
나이들어 보여도 저보다 몇 살 어렸습니다...
이젠 꽤 유명해져서 방송국 섭외오면 발리 곳곳을
촬영하러 간다고 사진도 보여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독도의 주권을 위해 상황을 설명해주고
응원을 부탁했더랬습니다...
오늘도 발리의 날씨는 겁나게 좋았습니다...
다시 초보자의 본분을 지켜 제일 길다란 놈으로 ㅜㅜ
이건 잘 됩니다...
무조건 앞으로 가기만 하는 거지만 파도타기가 너무
재미납니다...
스스로 중심을 잡을수 있다는게 너무 신기하기도 하구요...
1시간 타니까 힘이 빠집니다...
보드 반납하고...
방수케이스 씌운 카메라들고 발리의 파도를 찍기 위해
다시 바다로 들어갑니다...
1미터 정도의 파도가 다가옵니다...
탈수 있는 사람은 타고, 실력이 안되는 사람은 그냥 넘어갑니다...
이 자세로 좋은 파도를 기다리는 써퍼들...
저 자세 어렵습니다...
해보니까 좌우로 기우뚱거려서 물에 자꾸만 빠지더군요...
이 써퍼는 알맞게 타이밍을 잡았군요...
서핑할때는 기본적으로 팔힘이 좋아야 합니다...
아니면 몇번타고 팔힘이 빠져버리면 일어설 기회조차 없으니까요...
맨몸으로 바다에 나가서 높은 파도를 만나면
몸을 모로 하고 점프를 해서 넘든지...
아니면 이 정도로 너무 높다싶으면 그냥 몸을 숙여서 잠수하면
파도가 그냥 지나갑니다...
물론 숨은 다 참아야합니다...
코로 물이 안 들어오게 조금씩 코로 숨을 뱉아야하구요...
저는 요트, 윈드써핑, 스쿠버 다이빙...
제가 배우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해양 스포츠를 이상하게
많이 접하게 되어 물은 겁이 안납니다만...
발리의 이런 큰 파도를 한번 맞아보니
죽을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물속은 투명하지 않습니다...
지금 9월은 끝물이라 그렇답니다...
파도도 가장 좋고 물도 깨끗할 때는
3월부터 8월까지 랍니다...성수기이죠...
점심을 뱀뷰 코너에서 먹고 잠시 쉬다가
오후엔 조금 더 깊은 스킬을 해리에게 배우기로 약속했지요...
결론은 죽을뻔 했습니다...
앞으로만 가는것 말고 파도따라 옆으로 가는 기술을
가르쳐준다해서 우와 하고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ㅜㅜ
해리는 아까 일자로 타는 제 모습을 보고 제 실력을 과대평가한 건지
해변에서 100 미터는 떨어진 바다로 가더니 제 실력에는
아주 엄청난 파도놈을 골라 주더니 타보라 합니다...
몇번은 성공했고...
몇번은 실패했지요^^
성공했을 때는 작은 파도탔을 때와는 속도가 비교도 안될만큼 빨라서
스릴과 긴장, 도취, 성취감이 복합된 짜릿한 기쁨을 누렸지만
실패했을때에는...휴우...
작은 파도에서는 그냥 뛰어내리면 바닥에 발이 닿으니까 괜찮은데
여기서는 물속에서 파도의 엄청난 힘때문에 몸이 몇바퀴 구릅니다...
마치 엠씨몽과 씨름하다가 강호동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그 바람에 새로 마련한 선글라스와 모자가 다 벗겨져 나가고...
결국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몸의 중심을 조금앞으로 잘못 잡으면
이 놈의 보드가 잠수함처럼 물안으로 기어들어가는게 아니겠습니까...
작은 파도일때는 다시 뒤로 가서 중심을 재조정할 시간이 있었는데
큰 파도는 다르더군요...
파도 높이가 2배면 속도와 힘은 2배가 아닌 3,4배 정도 되는것 같았습니다...
패들링할 힘도 다 빠질 때까지 하다가
드디어는 해리가 탄 보드줄을 잡고 끌려 갈 지경에 이르렀습니다ㅜㅜ...
해리...
쉴 틈도 안 줍니다...
이제 사이드 가르쳐준다고 해서 팔힘이 없는데...하니까
자기가 밀어줄테니 서는 것만 하랍니다...
파도따라 옆으로 가는 방법은
상체를 가고 싶은 방향으로 회전시키고
뒷꿈치를 살짝 들어주는거랍니다...
잘하게 되면 한번에 되지만 처음에는
가고 싶은 방향이 될때까지 여러번 상체를 돌리랍니다...
몇번 시도하니 파도 방향과 90도까지는 안되어도
한 45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잘 되면 해리가 환호성을 울려줘서 기분이 좋았고
안 되면 다시 한번 시도를 하라더군요...
그러다 기진맥진해서 뭍에 올라와보니 어느새
2시간이 흘렀더군요...
이제까지 배운 기술이 전체의 몇 % 정도되냐 물었더니
10~20% 정도밖에 안 된답니다...
아...정말 서핑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스포츠였습니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파도동굴로 들어가는 기술은
1년 정도 매일 타야한다고 하네요...ㅜㅜ
비록 지금은 못해도 그게 저의 꿈인데...
서핑할 때는 생각보다 위험해서 많이들 다친다고 합니다...
일단 자기가 탄 보드는 타다가 미끄러져도 멀리 가기 때문에
괜찮은 편인데, 초보자의 보드에 해리는 머리도 찍히고
입을 강타당해 꿰맨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위험하리라고는 생각도 안해봤는데
이제서야 약간 살이 떨리네요^^
현지인들한테 물어봐도
발리 사람들은 다 잘 탈것같은데 의외로
관심이 없고 위험해서 안 탄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서핑이 2,30년전에 유럽인들이 몰려와서 시작된거지
발리의 전통스포츠가 아니라서 그렇더군요...
90년대에는 일본인들이 와서 가세했고
요 몇년간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온다 합니다...
하여튼 이 날 오후는 물먹은 솜마냥
축 늘어져서 저녁먹으러 걸어갈 힘이 생길때까지
신음소리내며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습니다...
아...발리에서는 맥도날드 마스코트 인형도 써핑할 줄 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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