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다...
그것도 지구 멸망할 수 있다고 십몇년 전부터 떠들어 온
밀레니엄의
크리스마스 이브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가 뽀개져서 없어진다 하더라도
여한이 없을 정도의 기분이다...
몰디브를 와 봤으니까...
어제 꼬미에게서 받은 선물을 펴보니 실론티였다...
스리랑카가 지척에 있으니 진품일 것이다...
창문을 열고 다시 바다를 바라본다...
투명하거나 녹색이거나 코발트블루의 조화가
여전히 잘 드러나는 맑은 날이다...
점심을 일찍 먹고 빌리기리 섬에 다녀왔다...
수잔나에게 줄 성탄절 카드를 가지고...
리조트에 문의하니 마침 말레 나가는 도니가 있어 무료로 태워준단다...
빌리기리 섬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시간이 빡빡해서 파파야 다듬는 수잔나에게
성탄 카드를 건네주고 몇 마디만 나누고 나왔다...
그런데 무슬림도 성탄절을 즐기는 것일까...
오는 길에 마실 물과 콜라를 몇 개 사 가지고 돌아왔다...
리조트에선 같은 물을 4배나 비싸게 판매한다...
돌아오니 벌써 오후 6시였다...
돌아오면서 본 타리 빌리지 모습...
타리 빌리지 스텝들은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를 준비한다고 분주하다...
엥...몰디브에서 파티까지 즐기는거야...내가?...
웬 사치일까...
방에서 쉬다가 시간맞춰 식당엘 가니 와인 한 잔씩 돌리고 있다...
메뉴는 처음 보는 커다란 통칠면조 구이에 안심 스테이크, 닭볶음, 케이크...
너무도 많은 음식을 준비해 놓았다...
칠면조 구이는 참 부드러웠다...
안심 스테이크는 의외로 먹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무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와인도 계속 따라주어서 하도 미안해서 산미구엘 맥주 2병 주문해 주었다...
기분도 최고로 좋아지고 해서 저녁엔 계속
바다에 떨어져 내가 서 있는 곳까지
다가오는 달빛을 바라보며 해변을 산책했다...
셀린 디옹의 노래도 들으면서 감상하는
몰디브의 밤바다도 역시 기가 막힌다...
달빛이 밝아서 그랬을까...
달빛에 반짝반짝 빛나는게 보석같다...
그렇게 고요히 밀레니엄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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