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와서는 저녁에 집밖으로 나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도시 대부분에 가로등이 비치지 않아서
누가 누군지 .... 납치해도 아무도 모를듯 싶었기 때문이다
여기가 시내 중심인 시티 가든 바로 옆인데도
이 정도고 조금만 벗어나면 길이 분간이
안 될 지경이어서...
이제 80일 다 되어가니 별다른 사건사고를 보지 못했고
다른 사람들이 내가 외국인인것도 안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해서 다녔다
거리 예술가들이 버스킹을 하고 있었고
공원 밴치에 앉아 음악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제법 밤거리의 매력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식사하러 또 커피마시러 또 술마시러
돌아다녔고 오히려 사람없는 낮보다 더 활기찬
오데사를 발견하고 말았다
언젠가 가 보기로 했던 치킨 카페...
그간 다른 맛집다니고 해서 치킨이 뭐 별거있겠나
싶어서 미루고 미루다 오늘 왠지 치맥이 땡겨서 왔더니...
가게 안이 너무 서구적이더라
구역을 나눠 여러 가지 편안한 자리도
마련해 놓았고 어린이 자리도 따로 있었다
메뉴보고 기대없이 적당한 걸로 주문했는데
치킨윙이 어째 이렇게 영롱할 수 있단 말인가
살이 포동포동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있고
양념이 완벽하게 발라져 있어
한 입먹고 놀라고 말았다
이 집이 또 맥주맛집이었는데
밝은 생맥주색하며 한 입마시고
오오 신음을 내뱉고 말았다
이 집 뭐야~~~
양이 많지 않으니 생맥주 한 잔 추가하고
바로 다른 치킨 메뉴도 ..
우크라이나 닭들이 한국하고 다른 품종인가
이거 양념부터 예술이었다
그냥 치킨이 아니고 요리의 한 범주로
승화시킨 느낌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인생 고등어 구이와
인생 치킨을 만난
2017년 12월이었다
맥주 2잔으로 꿀잠자고 일어났더니
어느새 날이 밝았나보다
12월초인데 눈이 오네
여기서 첫 눈을 만날 줄이야
좀 당황스럽긴 하다
월동 준비가 별로 안 되어 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살아보기 시작한지가
9월이었는데 벌써 12월이라니...
여기도 크리스마스를 즐기는지
12월초인데 벌써부터 거리장식이
장난아니었다
덕분에 밤거리가 훨씬 밝아져서
다니기가 좋았다
관광객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마켓도 들어서서
처음 보는 다양하고 생소한 먹거리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따뜻하게 데운 와인도 맛보고 어느 정도
분위기를 즐기는데 동참도 해보았다
여러가지 약초와 함께 큰 솥에서 끓이던데
와인을 따뜻하게도 먹는다는게 큰 문화충격이었다
혼자지만 해볼 수 있는건 다해야지
전에 없던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물 앞에서
연인끼리 가족끼리 신기한 듯 인증사진을
신나게 찍고 있는 주민들...
연말이나 성탄절같은 날은 혼자 다니는 사람들에겐
외로움을 주는 날이다...한국이나 외국이나...
시티 가든 옆의 그 어두컴컴한 밤거리도
밝아지니까 전혀 다른 도시처럼 여겨질 정도다...
이런 기본적인 인프라가 얼마나 중요한건지
잊어먹고 살고 있었는데...
오데사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밤풍경을
가슴에 남기고 80 일간의
우크라이나 생활을 마감하고
에코버스로 다음 나라에서 생활하러 떠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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