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이프에서의 나날은 평화롭게 흘러갔다
특히 방이 아늑하고 조용하고 침구도 고급스러워서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역시 비싼 숙소가 제 값을 하는 것일까
포세이돈도 침대는 좋았지만
대부분의 저가 숙소는 침대 매트리스가
딱딱한 편이라 눕기 힘든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고 15일이나
머무르고 말았다
초심을 잃고 행복과 편안함을 얻었다 인가...
다시 초저가 여행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고 2만원짜리 숙소로 이사를 했다
1인실중 오데사 현재 최저가였다
여기서 10일 머물고 다른 나라로 떠나리라
새로 이사한 숙소는 집들이 둘러싸고
중앙에 정원이 있는 동유럽 스타일으로
역시 일반인들이 거주하고 한 층만 관광객용 숙소로
개조한 곳으로 보안이 아주 좋았다
여기 묵으면서 아침마다 창밖을 내다보면
공산주의 국가였던 곳에
내가 무심히 살고 있는 것에
희열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옛날엔 완전히 불가능했던 현실이
21세기엔 가능해져서 그랬다
위치도 시내 중심과 가까워서 어디든 걸어가기
편했고 이때쯤은 트램 노선도 파악하고 있어서
멀리 가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
오데사에 온 첫날부터 자주 갔던 이 쇼핑몰 지하에 가서
간만에 선택식 뷔페도 맛보고...
역시 이 정도 식단은 되어야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데 말이지...
크바스 라는 저 음료는 마실수록 괜찮은 것같다
알콜이 1프로 미만이라 일하는 중에도 마실수 있어
낮에도 스트레스 해소 효과도 있고 맛도 약간 쏘고
그래서 느끼한 음식먹을 때 입맛도 잡아주고...
이때쯤엔 간장, 소금, 후추병을 가장 작은 것으로 구해서
가방에 넣고 다녔다...우크라이나 음식은 대부분 싱거워서
말도 안통하는데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 할수도 없고
내가 알아서 추가해서 먹었다
고등어구이엔 간장이...
양배추 고기쌈엔 소금과 후추를 ...
이런 식으로 하니 어느 정도 한국맛도 나고 견딜만했다
20대에 인도여행 6개월할때엔 한식 안 먹고도 견뎠는데
지금은 2달이 한계인 것같다
관광객 거리가 가까워서 시내 구경하다가
그럴듯한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즐기기도 했다
홍합과 닭고기, 돼지고기 꼬지와 생맥주를 즐기고...
흑해의 특산물 중 하나인 홍합은 특히
고소함이 한국의 몇 배나 되고 살이 아주 알찬데
매번 만족스러웠다
꼭 한번 맛보아야 할 흑해의 선물이었다
여기에 홍합크림탕도 주문했는데 국물이
짭조름한 크림베이스라 맥주마시며 먹기 좋았다
오데사 동쪽은 모두 유명한 비치로 되어 있어서
어디서나 바다쪽으로 가면 리조트 단지와 흑해를
만날 수 있는데 여기는 누가 설계했는지 몰라도
내 눈에 너무나 아름다운 아파트가 있어
한참을 바라보게 되었다
여기는 해안 공원의 시설과 넓기와 길이에서
이제까지 방문했던 모든 공원을 능가했다
한 눈에 다 담기도 힘들고
며칠간 가 봐야 그 구조를 다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루로는 부족했다
공원의 초입인데 주민들도 보이고
날씨가 쌀쌀해서 자동차를 개조해
커피를 판매하는 미니 카페에서
따뜻한 모카커피 한 잔 주문해서
손에 쥐고 그 아스라한 따스함을
즐기며 천천히 걸었다
조경이 깔끔했다
다 돌아볼 순 없었고
그냥 발길 닿는대로 흘러가기로...
축구 운동장도 있었고
해변 가까이에는 아쿠아리움도 있어서
돌고래가 풀에서 굉장히 빠르게
수영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로테스크한 동유럽 아파트...
한참 걷다가 보니 공원끝이 보였고
대규모 놀이 동산이 보였다
여긴 시내가 가까워 손님들이 많아보였다
그러고 로컬 주택가가 나오는데 갑자기 100 년은
된듯한 주택이 똭...
안에 조명이 켜진걸로 봐서 아직 주민이 거주하는
걸로 보이는데 돌집이라 단단해서 가능한 일이리라
저런 집도 내부개조를 하면, 안에 들어가면
완전 현대식 아파트처럼 느껴진다
하얀색 유리창틀이 보이는 방은 다 개조한 곳이다
돌아오는 길은 다른 길로 왔는데
길거리에서 군밤을 팔고 있어 반가운 마음에
한 봉지 사서 먹으며 돌아왔다
또다른 퓨전 일식 우동가게가 있어
방문했는데 기대가 된다
꼬지나 계란은 맛있는데
면이나 국물은 일식과 좀 많이 달랐다
사진위에 스리라차 소스가 보이는데 여기서도
구할수 있나보구나
저 때는 스리라차 소스의 존재를 몰랐는데
저 소스가 고추장보다 약간 더 매콤한 고추소스라
어디든 뿌려먹으면 맛있었다
만두도 같이 주문했는데 소소...
어느덧 이 사람의 연주회가 다가왔다
오페라 하우스엔 사람들로 꽉 찼던데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공연예술에 대한 열정은
우리못지 않음을 느낄수 있었다
내가 아는 바이올린곡이 아니라 유진박처럼
본인이 작곡한 곡을 들려주는데 내가 바이올린곡에
대해서는 무지한지라 아 이런 식으로도 연주가 가능하구나
깨닫는 순간들이 많았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오묘하고 영롱하고
때로는 구슬프고 깊은 감정을 이끌어내는
그런 소리를 가졌더라
못 먹었던 스테이크도 다시 한번 먹어주고...
한가한 오데사의 오후 햇살을 낮에 놀러나온
주민들과 같이 즐겼다...
아무도 이방인의 존재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더 자유로운 것같다
어느 나라에서 왔니 물어보는 사람이 없는건 왜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80 일간의
우크라이나 생활을 마감하고
에코버스로 다음 나라에서 생활하러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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