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세븐데이즈의 딸기잼 패스트리와
블랙커피를 마셔본다
먹을게 귀한 현재 시점에서 저 빵이 그나마
위안이 되어주어 든든하다
먹을게 없으면 이 빵으로 해결...
20개 정도 사왔으니 든든...
잼도 정말 풍부하게 들어있어
한 입 베어물면 달콤함이
입안을 정복한다...
600원 빵이 이 정도면 최상이지...
하루 2끼 먹다가 중간에 가끔 출출하면
브랜디 초콜렛도 좋은 간식이 되어주었고
비스켓, 쿠키, 밀크초콜렛 도 작은 행복을
주는 간식들이었다
음~ 어찌보면 이게 살아보기가 아니고
생존하기나 오지에서 캠핑하기 등과
비슷해진 상황이다 ㅜㅜ
아침을 저리 먹으니 배가 고파 오후 2시에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만들어본 비빔국수...
태국에서 사온 초고추장이 이제 간당간당한데
아쉬었다...이럴줄 알았으면 한식 재료를
더 준비해 왔어야 했는데^^
스파게티면을 푹 삶고 양파넣고
배달해온 샐러드를 올리니 딱이다
맛도 너무 감동적이다
한국에서면 별로일텐데 머나먼 이국에서
먹으니 더 맛있는 거겠지만...
이때부터 내 요리실력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별로이긴 하지만 너무 간절히 먹고 싶으니
주어진 재료들만으로 비스무리한 한국음식을
만들어내더라...신기했다
나중에 마케도니아에서는 냉면의 면도, 육수도 없는
상황에서 물냉면을 만들수 있는 경지까지 올랐다
날더우면 가장 자주 만들어 먹었었지...
이때쯤이 포세이돈에 묵은지 보름 정도 지난 상황...
이제는 흑해도 백사장도 낚시꾼도 다 그냥 그래서
숙소에서 더 먼 곳을 탐험해보려 마냥 걸었다
이 쪽으로 25 킬로미터 더 가면 오데사 시내가 나온다
이 쪽 길은 이 부근에서 잘 사는 리조트 별장들이
들어서 있어 입구부터 멋지게 보이지만
며칠후 가게 되는 완전 로컬 동네는
처음 봤을때 마음이 아려올 정도였다
유럽하면 고풍스럽고 깨끗하고 멋진 성들과 주택가
그리고 잘 차려입은 백인들이 거주하는 대륙이라고
내 기존 관념은 디폴트되어 있었지만
우크라이나는 달랐다
예전에 가본 불가리아, 루마니아도 이렇진 않았고
조지아, 마케도니아도 이렇진 않았고
세르비아, 보스니아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여긴 무슨 일이 벌어졌었던 것일까
백인들은 무조건 잘 사는 인종이라는
내 고정관념이 여기서 깨져버렸다
그리고...
유레카!!!!!!!
마을 안쪽 리조트 단지 사이에서
운영하고 있는 작은 마트를 발견했다
만세...
이제 모자란 생필품사러 버스타고 1시간 걸려
시내까지 나가지 않아도 된다
숙소 직원들은 왜 이 곳을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분명히 근처에 마트 없냐고 물었었는데...
음식배달을 시켜야 숙소 운영에 도움이 되어서겠지
이 마트에는 모든게 있진 않아도 계란이나 우유, 스파게티면
피클, 아이스크림 등 기본적인 식품은 있어서
자주 애용했다
숙소에서 3킬로 정도 떨어져 있지만 그 거리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걸어다니면 건강에도 좋으니까...
온 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숙소로 가자
생전 처음 보는 동네 탐험이란게
이런 큰 기쁨을 주는구나
진짜 송아지만한 유기견들이 무리지어 얌전히
있던데 밤되면 야생을 드러내겠지
저 개들은 동네 주민들에게는 신기하게도
덤비지 않는데 낯선 사람은 바로 알아보고
짖으면서 덤비는데 그 상황을 당해보면
몸이 저절로 굳어져버린다
광견병은 정부에서 주사를 놓아주고 귀에
표시를 해둔다지만 개의 침과 이빨에 있는
파상풍균과 패혈증균 때문에 물리면
2,3 일내로 병원에 가야한다
오늘은 그래도 많이 걸어다녀 흐뭇하고
배도 많이 고파졌다
아까 마트에서 발견한 쌀팩으로 밥을 오랜만에 지었다
동유럽에서 많이 판매하는 제품으로
투명한 PP 봉투속에 쌀이 들어있어
그냥 끓는 물에 20분만 넣어놓으면
밥이 되는 신기하고도 편리한 제품이었다
브랜드마다 맛이 달라서 자기에게 맞는 걸로
고르는게 까다롭지만 한번 알아내면 편리했다
짜장밥을 만들어 냠냠...
오랜만에 먹으니 이것도 맛있네
어떤 날은 치킨을 푹 고아서
삼계탕 흉내도 내보고...
이후로도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시월의 흑해를 바라보며 살았다
매일매일 표정이 달랐다
이렇게 바람이 거쎈 날에는
써핑 강사는
카이트 써핑을 주로 했다
이 강풍에 혼자서 하다가 표류할 경우
굉장히 위험할 수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실 실력과 체력이 굉장했다
바람과 파도를 이용해서
몇 미터식 점프하기도 하고...
수백미터를 왔다갔다 하는데
한번 시작하면 몇 시간씩 계속 하고 있었다
나도 20대부터 요트 시합도 나가보고
스쿠버 다이빙도 100회 이상 해보고
히말라야 트레킹도 해보고 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유행하던
카이트 써핑이나 프리 다이빙 에는
도전할 수 없었다
아쉽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다해보며 살 수는 없는 법...
다음 세대의 여행자들에게
넘겨줄 건 넘겨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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