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우에서 야간침대기차타고 오데사 로 왔다
2층 침대로 되어 있고 태국 2등석 기차침대보다는 침대폭이 넓었다
오데사산다는 아주머니와 변호사라는 현지인과 이야기하다가
잠들었는데 생각보다 편했다
문제는 정보가 별로 없는 오데사에 내리니
심카드가 없어 숙소까지 택시를 부르기도 힘들고...
오데사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택시를 불러 숙소까지 갔다
부킹닷컴의 숙소측 지도에는
오데사 도심에서 5킬로 정도로 올려놓았던데
가도가도 숙소가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택시기사도 처음 가본다며 종종 차를 세워 물어보고
한 2,30킬로 정도 가서야 숙소가 있는
이런 외진 동네에 도착했다
인적도 없고 표지판도 없고
완전 황당하다
20분 넘게 이 골목 저 골목 가방끌고
다니다 겨우 발견...
우와 이건 뭐 우크라이나에서는 어째 정상적인 숙소를
만나면 고마워해야할 판이다
왜 이러는걸까 도대체...
숙소 자체는 해변 별장처럼 멋지고 깨끗하고 방도
마음에 들었는데 숙소 직원들은 그냥 웃으며
넘기려 들었다
동남아에서도 이러진 않아
일상이 사기인거야 그런거야?
택시기사가 처음 정한 요금보다 조금 더 받아야겠다고
우기던데 ...음 이건 안 주기도 뭐하다
이 먼 거리를 혼지 돌아가야 하니
그래 고생했심다 ...
호텔 이름은 포세이돈...
바다의 신 이름을 더럽히지 말자 제발...
10월 5일이었는데 방이 다 비어있었다
이 동네는 오데사의 유명한 비치에 싫증난
휴양객들이 조용하고 풍경좋은 숨겨진 비치를
찾아 오는 그런곳이라 ...
오데사 근교가 다 이런 리조트 단지로 되어 있었는데
특징은 리조트 건설회사마다 그물망을 치거나 담을
만들어 외부인은 철저히 출입금지 시키는 것이었다
상당히 큰 리조트 단지부터 내가 머문 작은 단지도
기나긴 그물망이나 담벼락을 쳐놓고 입구에
경비원을 두고 있었다
방을 고르라 하던데
2층 중간 방을 골랐다
4층은 방이 2개에 넓은 거실, 커다란 야외 자쿠지 욕조까지
있었는데 혼자 머물긴 너무 컸고
1층은 야외 쇼파와 거실에서 비치로 바로 나갈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너무 개방적이라 피했다
손님이 한동안 없어서 1층 쇼파에서
커피 마시며 맥주 마시며 혼자 전용으로 쓰긴 했지 ㅎ
여름에는 전 유럽의 피서객들이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의
흑해 휴양지에 몰려들어 내 방의 숙박요금도 1일 100 달러까지
오르지만 겨울에는 손님이 없어 특가로 내놓는 사정이 있어
하루 만원 정도, 한달 20만원에 기분좋은 90% 이상의
할인을 즐길수 있었다
처음 도착시는 너무 외져서 며칠 머물고 이사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어차피 20대때나 30대때처럼
여행자들과 술파티하거나 현지인 친구만들어
현지인들만 아는 핫한 장소에 놀러가고 이런
때는 지난지라 한적한 이 곳이 오히려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당시 우크라이나에는 한국인이나 아시아 여행객이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여름이면 한달 360 만원인데, 지금은 20만원에 머물수
있는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글도 쓰며 아침저녁 흑해를 바라보며
산책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였다
우크라이나의 흑해 휴양지라...
상상만 해도 아니 상상도 못하던 곳에 와 있다니
여행 초기에는 전혀 생각도 못 했지
맑은 날에는 더없이 상쾌한 하늘과 바다가 보였고
흐릴 때는 모든 색상이 급변했다
식기류도 거의 완벽했다
이때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요리가 거의 없어서
이 정도만 해도 충분했고 여기서부터 조금씩
요리를 익혀나갔다
하이라이트도 새거고
커피마시기 좋게 커피포트도 있고
세제와 도마까지
침구류도 푹신하고 아늑한게
30년 여행생활자 생활을 시작한 이래
이런 고품격의 방을 얻어보기는 처음인 것같다
라디에이터 성능도 좋아서 항상 훈훈한
실내가 편안함과 느긋함을 안겨주었다
발코니쪽에는 거실도 있어서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거나
바다를 바라보거나 노트북 가지고 놀기도 좋았다
뜨거운 물 잘 나오는 욕실도 만족
가방의 짐을 다 정리하고 발코니에서
흑해를 바라보니 이제서야 안심이 되고
마음이 놓인다
세계일주도 아니고 30년 여행생활자 할거라며 허세넘치게
뛰쳐나왔는데 아시아에서는 한 도시에서 3개월씩
잘 지내다가 유럽와서는 완전 초보처럼 어리버리
당하기만 하고 장기숙소도 못 구하고
완전 실패하는 줄만 알아서 마음을 졸였는데
그나마 오데사에서 이런 숙소를 운 좋게 구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일반적인 생활과 비슷하게 장기여행시에는
건강과 자금은 기본중에 기본이고
그외 의, 식, 주 가 소중한데
그 중 한가지 라도 망가지면
마음과 몸의 균형을 잃고 허덕이게 된다
의식주 중에 가장 얻기 쉬운 건 옷이다
현재 위치한 나라의 중간층 정도되게 입고 다니면 되는데
동남아와 동유럽에서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동남아 신품 옷도 저렴하거니와
동유럽에는 세컨드 핸드숍이 꽤 많아서
몇 천원이면 가능하다
음식은 한국음식 한 6개월만 못 먹으면
나중엔 치킨이 눈앞에 날아다니고
짜장면, 아구찜, 냉면 등 좋아하는 음식들이
자꾸 떠올라 수준있는 생각을 못하게 된다
주거는 더럽거나 먼지 많은 집에 살게 되면
호흡기 질환도 생기고 피부병도 생기고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이면 더 위험하지
여행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하게 떨다보면
이럴바에야 한국에 있을걸 왜 떠나왔을까
후회하게 될때도 있다
저렴하게 살거라고 호스텔 도미토리만 다니면
언젠간 귀중품을 털리게 되어 있다
여기서는 다른 건 다 만족하는데
한국식당이 없고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기 어려우니
그게 약간 문제였다
태국에 있을때 사온 짜장 가루 50인분이 유일한 희망인데
태국서 좀 더 다른 것도 사왔어야 했다
대용량 라면 스프, 짬뽕가루, 사골가루 등등
여기 음식이 매운게 없고 간간하니
한국인은 한번씩 매운걸 먹어줘야 입맛이
살아나는데 ... 어떻게 해 봐야지
어쨌든 방을 보니 리비우에서의 고생과
오데사 이 숙소오기까지의
걱정은 다 잊어버리고 앞일만 생각하자
이런 생각밖에 나지 않아서 다행...
한달간 걱정은 없으리라
인적이 끊긴 바다에
강태공 아저씨들이...
수확은 거의 없어보였다
카이트 써핑을 즐기는 20대 청년이 보였는데
상당한 솜씨를 자랑하고 있었다
엄청난 추위와 강풍임에도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가고 있었다
나도 대학생때는 요트 시합도 나가고 했었기 때문에
저런 바람에 맞설려면 복근부터 모든 근육이
상당히 강화되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너무 대단해 보였다
지금은 40대니 저런걸 하면 어디 부러지거나
한 일주일 앓아누울것같다
네팔에서부터 태국에 이어 여기서도
산책이나 하고 줄넘기나 계속 해야지
옆집이 바로 이 청년이 운영하는 카이트 써핑 스쿨이었는데
가을 겨울이 되니 강습생이 없어
혼자 연습하고 있는 거였다
한가로운 흑해였다
관광객이 없으니 이 조그만 마을에 식당과 매점도
다 문을 닫아버렸는데 먹는게 걱정되었지만
멀리 있는 아는 식당과 연계해서 이 숙소의 손님들을
위해 배달서비스를 한다고 했다
메뉴판은 키릴어라 판독하기 힘들었지만
먹고 살기 위해 생선튀김과 카프레제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
가격은 모두 만원 정도에 생선튀김은 크림에 찍어먹어야 했고
카프레제는 먹을만 했다
이 뿌연 구름과 달처럼
리비우까지는 여행생활자 생활이 불투명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명확한 은파가
내 계획에도 생겼다
끝까지 가보자
싸늘한 바닷가 밤날씨지만
뜨끈한 라지에이터와 두꺼운 이불이
나를 안심시켜준다
티비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방송이 주로 나와서
처음에는 신기해서 보다가
KBS 월드 방송이 있어서 너무 감격스럽게 빨려들어갔다
거의 1년간 한국 방송을 보지 못하니 한국인이 나와서
한국말하는게 다 신기하고 재밌었다
신기한 현상이었다
이때까지는 넷플릭스를 몰랐고
노트북의 익스플로러에서는 유튜브 화면이 안 나오고
에어비앤비 결제가 되지 않아 전혀 한국 방송을
접할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 이유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익스플로러로는 뭔가 충돌이 일어나서
크롬을 사용해야 했던 것이다
한국폰도 에어비앤비 결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무슨 파일이 충돌되어서 그런다고 했다
첫날은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은은한 하늘아래
흑해가 잔잔하게 보였다
발코니에 나가보니 바람도 기분좋을 정도로
연하게 불고 있고 그리 춥지는 않네
하늘에 구름과 태양의 존재에 따라서
흑해의 색깔과 파도는 매일매일 달라졌다
동네 할아버지는 일찌기 낚시판을 펼쳐놓았고
어제 주문했던 아침식사로 팬케이크가 방으로 왔다
딸기잼에 과육도 많고 달콤하니 맛있게 먹었지만
이런 식으로 매일 주문해 먹으면 숙박비로 아낀
금액이상을 식사비로 사용해야 했다
다행히 부킹닷컴으로 예약시 혹시나
또 숙소에 숨긴 하자가 있을까 싶어 2일만 예약했는데
거리말고는 나쁜게 없어 오데사 시내에 4일 정도 머물다가
식자재를 사와서 식사배달을 최소화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숙소주인에게 며칠후 오겠다 밝히고 한달을 예약했다
아침의 팬케이크만으로는 양이 안 차서
오전에 라면하나 더 끓여먹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라면 포트같은걸
꼭 갖고 있어야 한다
아니면 굶어야하니까...
모래 사장에는 동네 큰 강아지가 누워있다가...
산책나온 다른 강아지들과 인사하고 놀고 있다
모래 사장이 부드러우니 강아지들도
그 촉감을 즐기나보다
시월의 아름다운 흑해
그림이다 그림
저도 여러분들처럼 느리게 살기 위해
여기까지 왔어요 ㅋ
바닷가라 해도 몇 개 없는 카페나 식당이 문을 닫았으니
즐길거리는 없다
시간은 철철 넘치니 기왕에 장기여행을 한다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수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주식 투자자, 작가, 화가,
등의 직업군이라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듯하다
점심으로 씨푸드 파스타가 왔는데
이렇게 한달은 먹기 힘들겠다 싶었다
먹고 싶은거 왕창 사와야지
오후에도 컴과 태블릿가지고 놀다가
바다도 바라보고...
며칠 지나면 식상해질수도 있으니
그 전에 많이 감상하자
이런 느긋함이 좋다
한국에선 도저히 찾을수 없었던
느긋함을 여기까지 와서야 찾다니
참 나도 특이체질이다
해양 스포츠 강사는 오늘은
윈드 써핑을 택했다
이 강풍에 시속 50킬로 정도 나오는듯
우와 진짜 물위를 날아다니는듯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저녁 식사가 도착했다
이야 오데사에서 리조트 생활을 느끼는구나 야
저물어가는 흑해를 바라보며
흑해 고등어 구이를 맛볼 기회가 오다니...
밥대신 감자 포슬이와 같이 먹었다 ㅜㅜ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렇게 먹나보구나
약간 입이 길죽한 흑해 고등어는 부드럽고 고소한
그냥 고등어 맛이었고 다른 생선구이는 소소...
샐러드라도 없었으면 느끼했을 것같은데
김치가 있었으면 더 좋았으리라
다음날 아침식사는 햄을 올린 팬케이크로 먹고
오데사 시내 숙소로 떠났다
갈때는 숙소에서 택시를 불러주었다
'47차 30년 여행생활자 > 우크라이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크라이나 오데사 3... 오페라 관람... (0) | 2022.02.11 |
---|---|
우크라이나 오데사 2...며칠간의 시내구경... (0) | 2022.02.09 |
우크라이나 리비우 7...어영부영... (0) | 2022.01.21 |
우크라이나 리비우 6...올드 타운 감상... (0) | 2022.01.21 |
우크라이나 리비우 5... 오케스트라 공연... (0) | 2022.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