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아, 아니 조지아는 정말 뜻밖의 수확이었다...
어제 아이델에서 자고 있을 때만 해도
과연 무사히 국경통과나 할수 있는지 걱정도 되고
안전한 나라인지도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터키와 조지아의 국경분위기는 좋았고
터키측 출입국 사무소 건물에는 면세점도 있었다...
유럽은 20년전에 다녀오고 워낙 아시아만 누비다보니
이쪽에 대한 감각은 없어서 모든게 새로웠고 또한 조심스러웠다...
여기가 터키측 국경이었다...
근처에는 작은 가게 몇개 뿐이었다...
내전이 얼마전에 끝난 조지아로 가는 물량이 많은듯
컨테이너 차량이 수백대나 줄서 있었다...
저 금을 넘으면 조지아 땅이라
아쉬운 마음에 한장 남겼다...
좁은 철문을 이렇게나 대충 만들어둔
조지아 출입국 사무소를 보니
대충 그 나라의 상황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조지아 출입국 사무소의 아가씨가 여권을 보더니
비자가 어딨냐고 물었다...
코리아는 무비자라고 당당하게 답하니까
다른 직원들과 같이 부끄러운듯 웃었다...
자기들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까...
웃으며 통과한 후 환전소에 들어가보니
1달러가 1.6 라리(1라리는 약600~700원) 정도 했다...
일단 조금만 바꿨다...
무비자인 것은 트라브존으로 버스타고 오다가 만난
조지아 사람이 자기 나라좋으니 한번 놀러오라고
해서 관심이 생겨 인터넷 검색을 해서 알았고
(다행히도 2,3년전부터 무비자가 시작되었음)
수멜라 수도원에 갈때 같은 버스에 탔던 스페인 여행자가
조지아 다녀왔다길래 어떠냐고 물으니
숙소는 터키보다 더 비쌌지만
다른 물가는 더 저렴하고 안전하다고 해서
갑자기 방문할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트라브존에 머물때 조지아를 검색해보니
다녀온 여행자가 드물어 블로그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었고
5불당 카페에 조금의 정보가 있었다...
작년에(2008년) 러시아와 전쟁이 있었고
올 6월에 대통령과 관련해 쿠데타가 발생했다고 해서
상당히 불안했으나 후세인 파파가 지금은 평화롭다고
조언해줘서 어느 정도는 안심할 수가 있었다...
산촌인 아이델에서 조지아 국경가는 직행버스가
있을리 만무하여
먼저 아르드슨까지 미니버스(30분,9리라)로 갔고
거기서 호파까지 또 미니버스로 이동(45분, 5리라)
호파에서 터키측 국경인 샆(sarp)까지 (30분, 3.5리라) 이동할수 있었다...
대부분의 국경도시가 그렇듯 여기도
어수선하고 약간 지저분했다...
약간 들뜬 분위기마저 감지되었다...
국경을 통과하면 조지아땅인 사르피(sarpi)가 나오는데
철자에서 알수 있듯이 터키의 샆과는 예전에 같은 마을이지 싶었다...
조지아 국경근처에는 내가 가고 싶은 해변도시 바투미까지
10불이면 간다는 택시기사들이 호객 행위를 했지만
수많은 국경통과 경험으로 이는 바가지이며
분명히 인근 마을까지의 연결교통편이 있으리라
생각을 하고 둘러봤다...
또 거절해도 크게 치근덕거리지는 않아
약간의 조지아 인심을 파악할수 있었다...
바로 옆에 미니버스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바투미까지 1라리(700원)밖에 안한다고 해서
미니버스를 선택했다...
항상 그러하듯이 외화절약 차원에서도 그리해야했다...
이 곳 국경은 특이하게도 흑해가 펼쳐져 있는
해변 휴양지바로 옆이었다...
파라솔이 여유롭게 흩어져 있고
터키 휴양객들이 넘실거리는 그 해변에
머무르고 싶었으나 바투미가는 버스를 타고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오면서 본 시내는 역시 개발이 덜 되어있고
부서지거나 황페화된 건물이 자주 보이고
화려하지는 않은 거리 모습이라
더 섬찟해졌다...
볼만한 것이 없어 역시 잘못 온건 아닌가
후회가 들기도 했으나 ...
기사가 내려준 곳은 미니버스가 많이 주차해
있는 정류장같은 곳이었고(나중에 알고보니
트빌리시 광장이었음)
기사가 손으로 알려준 호텔은
멋진 해변가 호텔을 기대하고 온
내게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
무작정 해변이 있다는
방향으로 무거운 짐을 끌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500 미터쯤 가도 해변이 보이지 않아
현지인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는데
영어를 조금 할줄 아는 젊은 청년이 다가오더니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여기도 역시 친절한 것일까 한순간 위안을 받았다...
정말이지 동유럽은 이제까지의 여행지와는
분위기부터 언어까지 색달라서 적응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그가 안내해준 벨리시모 호텔은 해변가에 있지는 않았지만
(여기는 해변휴양지이기는 하지만 내전때문인지
관광인프라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아
해변가에 숙박업소가 거의 없었다)
앤틱 가구로 장식된 너무나 멋지고 쾌적한
가족이 운영하는 호텔이었다...
처음엔 100 라리(약 7만원)달라고 해서
아...여기 묵기는 힘들겠구나 해서
다른 곳으로 갈려고 하니
가격을 제시해 보라고 해서
그냥 경험을 살려 50라리 부르니
2박에 120라리하라고 해서
내가 다시 110하자고 하니 매니저인 아들이 좋다고 했다...
나중에 간 루마니아나 불가리아 등에서도
4만원이 안되는 가격으로 싱글룸을 잡기는
힘들었으니 꽤 성공한 협상이지 싶었다...
이 곳 시설은 40유로나 줬던 터키 마르마라 게스트하우스보다
나았고 고풍스런 분위기라 너무나 만족할수 있었다...
짐을 팽개치고 샤워하고 반바지 수영복을 챙겨
생전 처음 피서를 흑해에서 즐길 요량으로
바닷가로 향했다...
길이 초행이고 지도도 제대로 없어
감으로 바다로 향했다...
처음 보는 건축 양식과 거리 풍경이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지만 그에 비례해서
내안에 잠재된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조건들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300 미터 정도 떨어진 해변에 도달하니
정말 상상밖으로 꾸며진 해변이 나타났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일단 지도 한장얻고
유럽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분수와 조형물 사이를 지나
드디어 생애 처음으로 흑해에서의
피서를 즐길 바다가 나타났다...
해변까지 가는 길 사이의 공원들도
여유롭고 차분하고 '동'이란 말이 붙었어도
역시 유럽은 유럽이구나 실감이 난다...
거의 20년만에 다시 찾은 유럽이다 ㅜㅜ
피서철이어도 인파로 북적이지 않는
한가한 해변 공원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내 맘에 꼭 드는 공원이었다...
전망좋은 카페의 자리에 올라갔으면 좋았을텐데...
바다를 보는 것이 급선무였다...
여기 사람들...
바쁜거 없이 무지 한가롭고 느긋한 성격들같구나
딱 보니 느껴진다...
조지아 글은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대학나온 사람도 모르는 지역에서는
현지 초등학생만도 못하구나 ㅋㅋ...
일반적인 모래해변이 아닌 자갈밭 해변이었고
인파들로 크게 북적거리지 않았으며
특이하고도 유려한 분위기를
뿜어 내고 있었다...
흑해는 육지사이의 바다라 산소 유입이 적어
다른 바다보다 짙푸르게
보인다고 한다...
먼 바다는 과연 칙칙한 색상을 보여준다...
ㅋ 여기도 옥수수로 만든 과자를 팔고 있는 것은
한국과 똑같구나...
이런 점은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다라는 주장에 일치하지만
나는 사람사는 곳은 모두 다르다...
그것도 아주 다르다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드디어 흑해에 발을 담그는 순간이 왔다...
해변 레스토랑들도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고
저만치씩 거리를 두고 자리잡고 있어
보는 내 마음 역시 여유가 저절로 생겼다...
각 레스토랑마다 개성넘치는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
마주칠 때마다 그 외관에 심취해 한참 감상을 하고서야
그 자리를 뜰수 있었다...
그 중 한 가게에서 우크라이나산 맥주를 마시며 갈증을 풀고
약한 알콜 기운으로 해변을 감상하다가 취기에
수영을 할수가 없었다 ㅜㅜ
내일 다시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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