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뢰메 주변에는 구경가기 좋은 마을이 몇 군데 있다...
아바노스,위르깁,우치히사르,차우신,파샤바 등이 그 곳들인데
모두 고유의 향기를 담고 있어 어느 곳 하나 빠뜨리기 아까운 마을들이다...
이제부터 그 동네들을 한 군데씩 소개할까 한다...
어떤 곳은 걸어서, 또 어떤 곳은 돌무쉬를 타고,
혹은 오르한의 자가용을 타고 간 경우가 있다...
괴뢰메 마을을 거의 다 둘러본 다음에 처음 간 곳은
우치히사르이다...
직선 거리로 3,4킬로 거리정도 되는데
터키에 도착한 초기였으므로
의욕과 체력이 넘쳐 걸어가기로 결정을 했다...
걸어가기 싫으면 돌무쉬라는 터키버스를 타고 가도 된다...
때는 2009년 7월...
한참 무더울 때였다...
더우기 이 곳은 무척 건조해서 마실 물은 꼭 가져가야 했고
오르한에게 부탁해 두었던 점심용 치킨샌드위치와 모자와
아래 지도를 가져갔다...
괴뢰메 주변의 계곡들에는 모두 터키어로 된 지명이 있는데
관광객들에게는 어려워서 모두 레드,로즈,피젼,러브 밸리라고
명칭을 바꿔놓았다...
괴뢰메에서 피젼 밸리를 걸어서 통과해
우치히사르까지 간 다음
러브밸리를 거쳐 괴뢰메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대략 5시간 정도 걸렸다...
괴뢰메의 저 높은 골목을 향해 계속 걸어가면
포장도로가 끊어지면서 어느새 피젼 밸리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모래가 가득한 폭 2미터 남짓한 길을 따라 걸어가니
멀리 우치히사르도 보여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듯 보였다...
여기도 커다란 바위에 구멍을 파서 동굴집을 지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약간의 농작물도 키우고 있었다...
저런 동굴 집에 살면 춥지는 않을까...
여름엔 시원할 것 같은데...
지도에 특별히 길이 자세히 나와 있지는 않아서
그냥 우치히사르쪽을 향해 걸어가는 수 밖에 없다...
나는 길치라 걱정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문제없다...
길을 정처없이 걷다보니 오래 된 유적마냥 서 있는
기암괴석들이 눈에 띈다...
하아...
어떻게 저런 모양의 바위가 있을수 있단 말인가...
동굴집을 짓다 만듯 대강의 윤곽만이 남아있었다...
여기는 집 걱정이 없어서 좋겠다...
비싼 집을 못 구하면 아무 바위 하나 정해서
파들어가면 되니까...
자연은 정말 오묘하고
어느 인간의 예술가보다 위대한가 보다...
이런 넓은 모래길이 어느 정도까지는 나 있어
안심하고 갈 수 있었다...
밸리들중 가장 난이도가 낮은 코스가
바로 이 피젼밸리이다...
괴뢰메에 머무는 시간이 적거나
체력이 약하다면 당연
이 곳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풍경을 보는 셈이다...
어쩌면 갑자기 살아움직일 것도 같은
바위들이다 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기도^^
저런 작은 길까지 다 가보고 싶은 욕망이 목구멍까지
차 오르지만 오늘 일정이 길어서 사양하기로 했다...
여러 개의 길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 중 가장 큰 길만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그러면 다시 나를 반겨주는 석상같은 바위들이 반겨주었다...
그러다 길이 좁아지는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아뿔싸...
길이 막혀버렸다...
다시 돌아가기도 그렇고 해서 일단 바위위로 갈 수 있는만큼
기어올라갔다...
혹시나해서 가지고 간 등산용 장갑이 큰 도움이 되었다...
바위산의 중간까지 가니 더 이상 오를수 없는 경사가
가로막고 있어 기가 막힐뿐이었다...
어쩔수 없이 거의 수직경사를 장갑과 트레킹화를
믿고 오를려고 했으나 바위들이 단단하지 않고 잘게 부스러지는 재질이라
자꾸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고를 반복했다...
또 카메라도 있어 넘어져 버리면 몸은 고사하고
카메라 손상의 위험이 있어 더 시도를 못하고
한숨만 내쉬게 되었다...
어쩔까 어쩔까 하다가...
정상부에서 기웃기웃 아래를 내려다보는 터키 현지 관광객들이 보였다...
소리를 질러 그들을 불렀다...
다행히 터키인들 특유의 넓은 오지랍으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바디랭귀지로 어떻게 거기로 올라갈 수있냐고 물었는데
관광객들도 이리저리 길을 살펴봐 주었는데
처음왔으니 자기들도 어떻게 알 도리가 없는지
머리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러다 한 명이 누군가를 데려왔는데
이 곳에 자주 온 택시기사였다...
그는 다행히 이 곳 지리를 잘 알아서
저기로 올라오라고 손짓해 주었다...
그 길도 역시 경사가 지고 모래가 흩어진 바위길이긴해도
아까보다는 경사가 약해 거의 두손두발로 기듯하니
올라갈 수 있었다...
내가 올라가는 것을 다 지켜본 터키인들은
잘 올라왔다며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고
다시 자기들의 즐거운 시간에 빠져들었다...
참 터키인들은 인정스러운 것같다...
한국에서는 아주 가끔 볼수 있는 사람의 정을
라오스나 네팔에서만 느꼈는데
이 곳 터키도 그에 못지 않다...
어쩌면 나는 경치보다 이런 인정을 느끼는
맛에 중독되어 자꾸 여행을 나오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상에 올라와서 내려다보니 우치히사르까지 가는 계곡길이
보였지만 기왕 왔으니 도로를 따라 걸어가기로 했다...
저기 천막같은 곳이 있는 곳에는 관광객을 위한
약간의 편의시설이 있었다...
주변 경치를 즐기며 천천히 걸어갔다...
어디를 보아도 한국에서나 동남아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져 기분이 들뜬다...
이 길은 괴뢰메에서 우치히사르까지 가는 돌무쉬가 다니는 도로다...
편하게 갈려면 무지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이다...
아까의 천막이 있는 간이 휴게소에 닿았다...
다른 지역에서 놀러온 터키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서는 피젼밸리는 물론 멀리 로즈밸리와 레드밸리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뾰족 튀어나온 흙무더기가 있어 가 본다...
이상하게도 저런 아슬아슬한 곳은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개구장이의 마음인가^^
그 아래에는 헛디디면 데굴데굴 한없이
굴러떨어질것만 같은 계곡이 보였다...
손발이 찌릿찌릿 저릿저릿한게
아슬아슬하거나 위험할 때 느껴지는 감각이 느껴진다...
나는 그 감각을 느끼는 것도 이젠 좋아진다...
한국의 일상에선 느끼기 힘든 순간이기 때문이다...
물을 몇 모금 들이켰다...
아직 괴뢰메의 계곡을 탐험하는 것에 익숙치 않았기 때문에
목이 많이 말라서였다...
계곡 탐험코스중 가장 쉬웠던 피젼밸리를 통과하는데도
이렇게 힘들다니...
그런 생각들을 하며 계속 우치히사르까지의 남은 길을 터벅터벅 걸어 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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