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지리산 종주를 다녀왔습니다...
이상하게도 히말라야는 2번 다녀왔으면서도
지리산 종주는 내게는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이 있어
시도 자체를 하지 못하고 그동안 망설여 왔었습니다...
학생때 생긴 그 선입견은 장비도 없고 등반 지식도 없이 엠티로 다녀온
친구들 말을 듣고 그런 고정관념이 생겼으리라 봅니다...
다녀오고나니 예전부터 걱정했던 정도로 극히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지만
히말라야 등반보다는 좀더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외등반과 차이도 많았고 준비물도 많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지리산은 다녀왔지만 히말라야를 다녀오지 못한 분들이나
히말라야는 다녀왔어도 지리산에는 아직 도전안하신 분들,
그리고 두 군데 다 가시고 싶은 분들을 위해 두 코스를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어느 곳이 더 좋다 아니다를 논하는 것이 아님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히말라야 등반은 내가 다녀온 ABC 코스, 즉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구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보통 7일~9일 소요됩니다...
지리산 등반은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거쳐 천왕봉,
중산리 종주코스로 보통 2박3일(빠른 분은 1박2일도 가능) 소요됩니다...
그리고 2009년 10월 1일부로 산행중 우측보행을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꼭 정해진건 아니지만
두 코스 다 하루 8~12킬로 미터 정도 걸어야하고
1일 등반시간은 개인별로 7시간~9시간 정도됩니다...
<히말라야 등반의 상황>
1.산장(롯지)은 1~2시간마다 있고 멀어도 3시간 정도면
다른 산장에 도달합니다...
2.산장에는 공용 샤워실과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온수는 주로 태양열을 이용하고 고도가 아주 높아지면 가스온수기를 이용합니다...
3.숙소는 예약제가 아니고, 가다가 지치면 가까운 산장 어디에서나 쉴수 있습니다...
머무는 숙소가 아니더라도 휴식을 취하며 차한잔 하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개인실이고 혼자 자면 2000원 정도,
두명이면 4000원 정도를 받습니다...
드물게 욕실이 딸린 방도 있는데 8천원에서 만원 정도입니다...
대부분 나무로 지어져서 완전방음은 안 됩니다...
최성수기가 아니면 방을 잡지 못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성수기에 방이 없으면 다이닝룸에서 자야할 경우가 있습니다...
4.세면,양치,빨래가 가능합니다...
5.별도로 준비한 음식이 없어도 고도에 따라
1500원에서 7000원 정도면 산장에서 한끼 식사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식량때문에 짐이 무거워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6.생수를 판매하고, 고도가 높아져도 정수된 필터워터를 판매하므로
오염된 물걱정없이 다닐수 있습니다...
계곡물은 깨끗해보여도 산짐승의 배설물에
오염될 수가 있어 기생충 염려가 있습니다...
(1리터에 1000~1300원)
7.추우면 이불을 달라고 할수 있고 이불은 무료입니다...
8.포터와 가이드 제도가 있어 체력이 비교적 약한 사람들도
등반을 할수가 있습니다...
포터는 보통 하루 8천원 정도면 고용할 수 있습니다...
9.등반길은 대부분 평평한 흙길이어서 발에 오는 충격도 덜하고
트레킹 샌들만 신고 올라온 외국인 등반객도 있었습니다...
(지리산은 대부분 울툴불퉁한 돌길이라 이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돌이 섞여 있다해도 할머니들도 잘 다니실 정도입니다...
경사진 등반길은 돌계단길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간드룩 마을로 올라 가는 계단길처럼 여러 시간 걸어올라야 하는 악명높은 길도 있지만
대부분은 1시간내 끝납니다...
(지리산에 있는 계단길도 길어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계단길이 끝납니다...)
전반적으로 등반기간과 고산병을 빼놓고 등반로 자체의
난이도만 비교한다면 지리산 등반로가 훨씬 험했습니다...
10.신발은 중등산화,경등산화, 트레킹화, 스포츠샌들로도 가능합니다...
(실제 경험과 목격한 것입니다)
11.외국산인만큼 한국인에게는 이국적으로 느껴져 흥미가 커집니다만
여러 날에 걸친 체력의 저하와 고산병을 주의해야 합니다...
12.풍경이 웅장하고 변화가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습니다...
< 지리산 등반의 상황>
1.대피소(산장)이 2~4시간 간격으로 있습니다...
또 야간산행,비박은 기본적으로 금지합니다...
2.산장에는 공용화장실,취사장이 있습니다...
샤워장은 없습니다...
3.숙소는 인터넷 예약제로 산장마다 30명에서 150명 가량 받습니다...
지리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예약가능하고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로 결제를 미리 해야 합니다...
기간에 따라 1인당 7000~8000원입니다...
15일전부터 예약을 받으니 미리미리 예약해야 합니다...
아니면 저처럼 가까운 산장은 예약만료라, 좀더 먼 산장에 예약해야 하고
그 거리만큼 더 힘든 산행을 해야 합니다...
혹시 체력이 모자라거나 해서 예약된 산장에 도달못하면 수수료를 제하고 환불받을수있습니다...
또 오후 6시까지 도달못하면 다른 등반객에게 자리를 배정하니 늦을 경우 전화로 미리 알려놓아야 합니다...
해가 질 무렵까지 예약된 산장에 도착못할 경우는 다른 가까운 산장에 이야기하면 자리를 배정해주고
자리가 없으면 복도나 마루에 자게 해 줍니다...
숙소는 모두 같이 자는 도미토리 형식이고
남녀가 분리된 산장도 있고 아닌 곳도 있습니다...
탈의실은 절반 정도의 산장에만 설치되어 있습니다...
군대 내무반처럼 한명당 70센치미터 정도의 공간을 배정받는데
너무 좁은 감이 있고 여기저기 코코는 소리와 발냄새로 가득합니다...
저녁 8시부터 숙소내 소등을 하는데 비상등이 커져있으므로 큰 무리는 없습니다...
4.취수장 근처에서 당연히 세면,양치,빨래,샤워를 금지합니다...
그런데 화장실에도 수도꼭지가 없으므로
대부분 물티슈나 수건을 적셔서 얼굴과 목 정도만 닦고
양치는 물 한병들고 화장실에 가서 치솔질후 변기에 양칫물을 뱉어냅니다...
개인적으로 지리산 등반중 가장 불편했던 점인데
네팔같은 후진국에서도 가능한 일이 왜 여기서는 안되는가 궁금했고
등반 내내 찝찝한 기분으로 다녀야 했습니다...
5.요리된 식사를 판매하지 않기때문에 등반팀별로
버너,코펠같은 취사도구와 식량을 준비해야 합니다...
따라서 개인별로 배낭무게가 상당해지기 때문에
체력이 약한 사람은 도전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산장에서 햇반(데워줌),라면,컵라면,참치캔 정도는 판매하지만
버너,커펠 등 취사도구는 반드시 구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6.생수를 판매합니다...
0.5리터가 1500원입니다...
산아래보다 비싸지만 여기서 이 정도 가격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장마다 취수장이 있어 식사준비에 필요한 물은
걱정이 없지만 음료수로는 부적당합니다...
마셔도 된다고 써놓은 곳의 수질도 상당히 걱정되었는데
갈수기라 그런지 투명한 생수병에 받아보니 물도 흐렸고
벌레분비물같은 이물질이 상당히 많이 떠돌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시기에는 비추합니다...
7.가지고온 침낭이 없다면 모포를 빌려야 하는데
1장당 1000원을 받습니다...
보통 한장은 반을 접어 밑에 깔고 다른 한장은 덮고 잡니다...
8.포터와 가이드제도가 없어 체력이 약하거나 관절이 아프거나 노화되신분,
혹은 사고로 손가락이 없는 분들은 식사준비부터 등반 모든게 힘들어집니다...
(이 부분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케이블카가 만약 완성되면 달라질 겁니다만... )
9.등반길은 80%이상이 울퉁불퉁한 바위나 작은 돌들로 이루어져 있어
중등산화나 경등산화가 있어야 더 안전합니다...
양쪽손에 스틱을 드는게 초보자로서는 훨씬 안전해집니다...
히말라야 등반에는 없는 로프타고 올라가야 하는 코스도 몇 군데 있습니다...
그리 어려운 암벽은 아니지만 초보자나 여성,어린이에게는 다소 부담될수도 있습니다...
올라갈때 암벽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 등산화를 꼭 신는게 좋습니다...
물론 이런 약간 평탄한 길도 나오는데 극히 드뭅니다...
10.한국산인만큼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경치가 대부분이지만
노고단 운해, 천왕봉 일출,칠선계곡등 지리산에서만 볼수 있는
비경들이 있습니다...
11.8000미터급의 히말라야산들보다는 아기자기한 풍경들을 느낄수 있고
고사목같은 수목들에서 아름다운 선들을 느끼는 등 섬세한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단풍들 무렵의 경치는 당연히 한국산인 지리산,설악산이 최고입니다...
아래 사진의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의 단풍과 비교해도 설악산 아닌 지리산만 되어도 저는 손색이 없다고 봅니다...
12.등산로 안내 표지판이 굉장히 잘 되어있습니다...
코스가 궁금해질때 정도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표지판에는
코스와 구간별 시간이 나와있어 도움이 많이 됩니다...
표지판의 소요시간은 체력이 약한 분을 기준으로 한 것 같았습니다...
실제 소요시간은 더 짧았습니다...
영어로도 번역이 되어 있어 외국인들도 쉽게 알아보겠더군요...
전체적으로는 20년전 처음 지리산 아래 마을에 가봤을때와
지금은 너무나 눈부신 시설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발전하고 있다는게 눈에 보이는 것같아
아주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지리산의 산장의 시설도 생각보다 아주 깨끗했고 단정했습니다...
몇십년전에 비하면 등산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공무원분들이 애쓰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해서 기뻤을 정도입니다...
직접 만나서 악수라도 나누고 싶을 정도이나 그러지 못하고
더 나은 몇 가지를 요구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좀더 나은 등반 문화와 외국인들의 산행 유도를 위해
몇 가지 더 적어봅니다...
1.지리산뿐만 아니라 다른 산에도 포터 제도를 도입했으면 합니다...
유명한 산에서 종주를 하고 싶어도 체력이 안 따라주거나 오십견을 가지신 분들은
배낭을 메는 자체가 너무도 큰 부담이므로 포터가 있으면 유용할 것같습니다...
배낭을 대신 메어주는 일말고도 식사와 요리도 거들어주거나 대신해주는등
옵션으로 몇 가지 고르게 하고 차등 임금을 부여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식등록된 포터들의 숙박비는 절반 정도로 했으면 하구요...
배낭 메어주기---1일 4만원
식사 준비 대행---1끼당 5천원 추가
등등...
그러면 고용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예전에 종주를 비롯한 등반을 포기했던 등반객들도 행복감을
맛볼수 있으니 전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것입니다...
케이블카 설치 계획이 있다고 해도 몸이 약하신 분들의 종주코스를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라고 봅니다...
2.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한국 등반객이나
또는 외국인 등반객을 위해 개인별 숙소도 같이 운영하면 좋겠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의 외국인들은 산행이나 트레킹에매료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한국내 학원강사등 상주하는 외국인들도 산행을
즐기고 있고 자주 만나보았습니다...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개월 동안 트레킹을 즐기는
그들의 문화로 볼때 지리산도 충분히 즐거운 트레킹 코스가
될수 있는데 숙소에서 지금처럼 빽빽히 누워잔다면 너무나 불편해 할것입니다...
더우기 서양인과 동양인은 체취가 다르기 때문에 상호간에 더 곤혹스러워 집니다...
또 한국인들끼리도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거나 할때
남녀가 섞인 상태에서는 불편했습니다...
탈의실이 있는 산장도 몇 군데 있지만 근본적으로
개인 취향이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좀더 비싸더라도 개인실을 더 많이 구비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태양열이나 가스온수기가 있는 샤워실 정도는 구비해서
보다 만족감이 넘치는 등반이 되도록 했으면 싶습니다...
분명히 국립공원 보존차원에서겠지만
히말라야에서도 운영이 되는 샤워실을
왜 지리산은 구비하지 못하는가
등반 내내 궁금했습니다...
등산객들이 땅을 밟을때마다 생기는 답압에 의해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것 때문에
예약제로 등반객 관리를 하고 있고 그래서 개인실을 안 만든건지 모르겠지만...
그럼 케이블카 설치는 왜 추진할까요?...
기기 설치로 인한 답압 증가는 고려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립공원이라는 것의 존재의의는 보존도 물론 잘 해야겠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더 크다고 봅니다...
며칠 안 되는 휴가기간에 놀러갈 국립공원이 예약단계부터 불편하다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네팔의 히말라야 처럼 개방을 하고 시설을 확충해야
외국인들이 컨셉을 정하고 여행하러 들어오고 여행 수지가 나아질게 아닙니까...
밖으로 나가는 한국인 여행자를 줄일 생각을 말고
들어오는 외국인 여행자를 늘이는 적극적인 자세가 맞다면
이런 시설 확충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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