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차 : 지누-나야풀 6시간 소요
새벽에 빗소리에 잠을 깨었다...
트레킹중에 비가 이렇게 온 경우는 처음이다...
5월초에 접어드니 비가 한번씩 내리는 모양이다...
곧 개겠지 싶었는데...
아침이 밝았는데도 계속 내린다...
다른 트레커들도 출발을 하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다...
야외에선 식사를 못 해서 어제밤 주문해둔 식사를 다이님룸에 마련해 두었다...
전기도 오늘은 끊겨서 컴컴한데 촛불을 주니 마치 디너같은 느낌을 준다...
블랙퍼스트 세트(295루피)는 맛있었다...
딜럭한테 언제 가야할지 물어봐도 소용없다...
하늘이 내리는 비가 언제 그칠지 아무도 모른다...
다행히 9시경 비가 드문드문 해지는데
땅이 젖어 미끄럽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어제 리찌(거머리)에 물린 여자 트레커도 보고 해서 거머리걱정도 되고...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다른 트레커들이 거의 출발하길래 나도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거의 아침 10시가 다 되어서다...
하늘이 개어가는데 높은 산에 깨끗한 새 흰 눈이 보인다...
아...저 위에는 눈이 내렸구나...좋았겠다...
길을 출발해서 돌아보니 다른 설산에도 흰 눈이 덮여 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설산을 보아도 마음 한 구석에 생기던 부담감이 없어졌다...
언제 저길 다 올라가나 하는^^...
홀가분하다...
올 때와는 다른 코스인 지누-뉴브릿지-큐미-사울리바자르-비레딴띠-나야풀 코스로 내려 갔다...
다녀본 길 중 평탄한 길이 많아 가장 쉬운 코스이기도 하다...
한국 여행자들도 이 코스를 가장 많이 선택한다...
큐미가 보인다...
딜럭은 동네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그러다 잘 통하면 새 거래 장소로 정해지는 것 같다...
에그 베지터블 누들 수프다(115루피)
아직 12시 전이지만 다음 마을인 사울리 바자르가기엔 힘이 모자를 것같아 맛있게 먹었다...
먹어본 중 가장 한국라면맛에 가까운 네팔라면이었다...
출발해서 내려가다 보니 간드룩 올라가는 이정표와 계단길이 보인다...
저리 가시는 분은 끝없는 죽음의 계단길을 맛보리라...ㅋㅋ
우리는 직진해서 사울리 바자르로 향한다...
돌아볼 때마다 이제 트레킹도 끝나가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서운하기만 하다...
계곡 건너편은 올라올 때 통과했던 톨카-란드룩 코스이다...
서로 계곡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사울리 바자르가는 길은 이제까지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다...
산등성이로 계속 가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다리를 보니 9년전 기억이 난다...
이 다리로 해서 올라갔던 기억이...
민가도 많이 지나치게 된다...
키우고 있는 가축들도 구경하며...
시원하게 눈앞에 펼쳐진 경치와 솔솔 부는 바람으로 하산길은 즐겁기만 하다...
사울리 바자르가 보였다...
학생들이 뛰어놀고 있는 곳이다...
중심부는 조금 더 가서 저 아래까지 가야한다...
그 곳에 롯지가 더 많다...
오른쪽에 난 길은 새로 만들고 있는 버스길이다...
9년전엔 나야풀까지만 버스와 택시가 다녔는데, 지금은 비레딴띠까지 다니고 있고
저 길이 완성되면 트레킹 코스와 라운딩 코스는 점점 짧아지게 되는 셈이다...
사울리 바자르의 메뉴판...
여기는 가격이 아주 저렴해졌음을 느낄수 있다...
그리고 플라스틱 용기에 든 생수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필터 워터도 그리 나쁜 물맛은 아니었지만...
딜럭은 새로 난 큰 길로 가면 15분 빨라진다고 했지만
나는 예전부터 있는 강을 따라가는 길을 택했다...
얌마...
예전 추억을 느끼고 싶단 말이다...
9년전 아무 것도 모르고 오르던 그 때를 회상하며 걷는다...
물을 하루에 얼마나 마셔야 하는지...
코스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등산복이 왜 필요해 하며 스포츠 샌들 신고 도전했던 그때...
예전에 없던 넓은 목초지도 생겼다...
눈이 다 시원해짐을 느꼈다...
큰 나무에 매달린 하얀 솜털이 하나씩 떨어져나가 바람부는대로 흘러간다...
꿈의 부스러기를 보는 것같아 한참을 서 있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새로 만들고 있는 차길이 시작된다...
이제 그냥 아무 생각없이 다른 트레커들을 따라갈 뿐이다...
비레딴띠 가기전 나오는 침룽이란 작은 마을이다...
머무는 사람은 거의 없고 지나다가 목마를 때 들르면 딱 좋겠다...
저 서양 트레커 두명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
길은 마냥 평탄하기만 해서 아무 생각없이 걸어도 넘어질 염려없어 좋았다...
꼭 한국의 수목원에 온 느낌이다...
한 꼬마가 밭에서 뭘 꺼내오는데 보니까 뱀이다...
작아도 야무지게 보이는데 독이 있을것 같다...
꼬마가 아까 두 서양 트레커들에게 뱀이 걸린 작대기를
장난으로 들이밀자 펄쩍 뛰며 질겁을 한다...
드디어 비레딴띠가 보이기 시작했다...
산중에선 제법 큰 마을이다...
가다가 이 팻말이 있는 곳으로 가면 포카라가는 버스나 택시를 탈 수도 있다...
택시는 흥정해서 1200루피 정도 든다...
나는 계속 걸어가기로 했다...
강도 보이고 걷기 좋았다...
체크포인트가 나왔는데 또 딜럭이 팀스 서류를 들고 다 처리해준다...
뭐 이름쓰고 날짜,여권번호 기록하는 정도다...
회색이 감도는 강을 따라 또 걷는다...
10분후 또 체크 포인트가 나온다...
여기는 뭐지?
아마 입산 허가증과 영수증을 보는 곳같다...
포카라 가는 길이라고...
이제 거의 잊고 있었던 단어...
포카라...
그러면 네팔의 작은 시골마을 같은 곳이 나온다...
나야풀이다...
트레킹 마지막 코스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학생들이 하교하는 이 마을에선 더 이상 산속의 정취를 맡을 수 없다...
잡다한 상점들이 있어도 트레커들에게 도움이 되는 등산 용품같은 팔지 않았다...
식당도 보이고...
돌다리를 건너...
돌계단을 올라가고...
또다른 마을을 통과한다...
이제 저기 도로로 올라서면 나의 트레킹은 끝나는 셈이다...
방문해줘서 감사하다는 뜻일까?
잘 있어라...
산들아...
다시 문명의 세계로 돌아와 1200 루피에 택시를 대절해서 포카라로 돌아간다...
1시간 20분이나 걸린다...
거리는 가까워도 굽이진 길이 많아 속력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버스는 2,3시간 걸리고 250~300 루피든다...
시간이 안 맞으면 한참 기다려야 하는게 흠이다...
다시 루스티카로 돌아왔다...
주인 가족이 나를 몰라본다...ㅋㅋ
짐을 방에까지 들어다주는 딜럭에게 1일당 500루피의 계약금을 준다...
절반은 시작할 때 줬고 나머지 절반이다...
참...무거운 짐들고 깊은 산 따라오는 임금치고는 너무 저렴하다고 생각하지만
여기는 네팔인 것이다...
팁은 다음 날 주기로 하고 돌려보냈다...
이 팁은 꼭 줘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실히 일해주고 아픈 다리 마사지해주고,
또 sir 라 불러주며 세심하게 대접해준 딜럭...
트레킹 도중에는
팁은 물론 가지고 다니던 등산용품과
여행중 고마운 사람에게 줄려고 준비해 둔
아메티스트와 은으로 된 펜던트도 줄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트레킹 말기에 힘들었는지 혼자 짜증내고 말도 잘 안 듣고 해서
마음속으로 팁의 양을 확 줄여버렸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조금 그랬다고 이제까지의 수고와 봉사를 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피로가 사라진 다음날 주기로 한 것이다...
딜럭은 팁을 기대했다가 아마 많이 놀랬을 것이다...
방에서 짐을 풀고 정리하고 나니 빨랫감이 태산같다...
직접 해서는 한이 없고 내일 어디 맡겨야 되겠다싶다...
샤워하고 쉬다가 그리운 산마루에 가서 나름 영양식으로
생각하는 닭백숙을 시켰다...
아아...그리웠던 이 맛...
'35차 여행 네팔 > 네팔 히말라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말라야 등반과 지리산 등반의 비교 (0) | 2009.10.31 |
---|---|
돌아온 포카라에서... (0) | 2009.06.09 |
히말라야 트레킹 8일차 : 히말라야~지누 (0) | 2009.06.09 |
히말라야 트레킹 7일차 : MBC~ABC~MBC~히말라야 2편 (0) | 2009.06.08 |
히말라야 트레킹 7일차 : MBC~ABC~MBC~히말라야 1편 (0) | 2009.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