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차 : MBC-ABC-MBC-히말라야 8시간 소요
새벽 5시에 눈이 떠진다...
아침 전망이 궁금하다...
다행히 구름이 다 걷혀 있었다...
위로는 안나푸르나 사우스가 보이고 바로 아래엔 마차푸차레가 거대하게 서 있었다...
지금 시즌엔 오후만 되면 구름이 생기기 때문에 어제는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휘유~
저기로 올라가야 한단 말이지...
사진을 찍는 동안 점점 해가 밝게 비춘다...
아침을 먹고 7시 넘어 마지막 고지인 ABC 로 향한다...
몸은 어느 정도 고산에 적응된 듯하지만
이제까지 보다 더 천천히 천천히 걷는다...
눈녹은 물이 샘물처럼 콸콸콸 솟아오르며 힘차게 흐른다...
한여름처럼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지는 않았지만
안나푸르나와 어울리는 색으로 치장을 해 주고 있었다...
이 언덕을 넘으면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가 보일까 기대해보았다...
아니었다...
아직 한참 남았다...
얼음 들판만이 펼쳐져 있다...
겨울에는 이 모든 지역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버린다...
만나는 모든 트레커들이 천천히 걷고 있다...
모두들 적당히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쉬어간다...
그나마 안나푸르나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찍을 수 있어 좋다...
거대한 맘모스가 눈을 뒤집어쓴채 달려들려는 기세처럼 느껴진다...
안나푸르나의 오른쪽 어깨에는 언제부터 쌓이기 시작했을지 모르는 만년설이 소복하게 얹혀져 있었다...
조금 더 가니 시야가 확 트이며 안나푸르나 전체를 살펴볼 수 있었다...
저 곳이구나...
상상만 했던 ABC 라는 곳이...
하산하는 트레커들은 사라지고 내가 이제 가야 할 차례이다...
왼쪽 어깨는 활짝 펴고 있는 모습이 날개같다...
계속 갈까 하다가 아무래도 이 곳이 전체적인 조망이 가장 나을 것 같아
트레킹 완성의 시간을 조금 늦춰본다...
쉬기 좋은 넓직한 바위에 앉아 음악을 듣자니
그간의 여러 일이 다 위로받고 사라지는 듯하다...
딜럭의 기념사진부터 찍어주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땀 무진장 흘리며 고생한 친구다...
다음에 갈 때 이 사진을 현상해 줘야겠다...
나도 기념사진은 잘 찍지 않는 편이었지만
이 순간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안나푸르나가 나를 허락해 준것이 고맙다...
이제 저 곳에 가면 9 년간 품은 환상이 깨어질 것이기에 두렵다...
차라리 가지 말고 여기서 돌아설까 하는 마음도 든다...
너무도 신성한 산이라 함부로 쳐다보는 것만 해도 감사하고 황홀할 따름이다...
가만히 앉아있노라니 사이낄라가 한 마리씩 몸에 달라붙는다...
딜럭은 어디선가 나타난 검정색 개와 같이 놀고 있다...
1시간 가까이 쉬다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돌아볼 때마다 마차푸차레의 모습도 변하는 듯하다...
검둥이는 몹시 배가 고픈지 웅덩이의 물을 엄청 마셨다...
그래 계속 따라오너라...
ABC 까지 가면 뭐라도 사줄테니...
녀석은 말을 알아들었는지 앞장서 ABC 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얼음으로 덮인 길도 곧잘 지나간다...
아...
그러다 내려오던 어느 여자 트레커가 주는 밥을 받아먹는다...
배고팠음에 틀림없구나...
그러곤 그 트레커를 따라 다시 내려가 버렸다...
크~...
할수 없지...
ABC 가면 그 곳 개들한테 당할 수도 있으니...
MBC 떠난지 3시간만에 드디어 입성...
5월1일 9시 50분이 나의 도착시간...
페디에서 출발한지 144 시간 50 분이 흘렀다...
지금 이 순간 가슴속에서
터져나오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가슴벅참일까...
그리움일까...
승리감인가...
기쁨인가....
짜릿함인가...
열흘간의 단식으로
10킬로 감량된 몸으로
올라오기가 정말 괴로웠다...
그래도 해냈다...
정말 기쁘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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