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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차 여행 네팔/네팔 히말라야

히말라야 트레킹 6일차 : 데우랄리~MBC

by 즐거운 항해사 2009. 6. 6.

6일차 : 데우랄리-MBC  3시간 소요

 

 

 

 

 

아침에 푹 자려고 해도 저절로 6시에 눈이 떠져 밖에 나가 다른 트레커들이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데우랄리는 높디 높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머리를 거의 90도로 젖혀야

주위 산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잠시뒤 날이 밝아옴에 따라 또 빛의 향연이 시작된다...

분명 저 산뒤에 있을 마차푸차레 머리에 부딪쳐 나온 빛이리라... 

 

 

 

 

 

 

 

 

 

 

 

 

 

 

 

 

 

 


어느 가이드가 자기 손님주려고 스틱 대신할 지팡이를 만들고 있다...

너무 길어서 윗부분을 부러뜨릴려고 발로 밟았는데 중간 부분이 부러져 버렸다...

 

어쩌나 두고 보니 구석에 가지고 가더니 천으로 묶어왔다...

역시 네팔식 대처법이다...

 

재미있어서 사진찍고 있으니 자기도 찍어달라고 한다...    

 

 

 

 

 

 

잘 못 만들어놓고 걱정도 안 되는 듯 싱글벙글이다...ㅋ

 

 

 

 

한 팀씩 다 떠나고 나와 딜럭만 남았다...

이제 나만큼 여유있는 팀은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데서 오는 여유인가^^

  

 

입맛은 아직 변함없는 만큼 구룽 브레드(140루피)와 짜파티(70루피),

삶은 감자로(180루피) 출발의 에너지를 만들어 본다...

 

 

 

 

 

출발할때는 아침이라 추워서 이렇게 단단히 준비했지만 걸어가면서 몸에 열이 나고

햇볕을 받으니 금방 더워져 자켓도 벗어버리고  

겨울 등산 바지도 얇은 여름바지로 갈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너무 기온 변화가 심해 어찌해야 할지 아직 감이 안 온다...   

 

 

 


8시 30분쯤 떠나서 올라가는데 지대가 지대인만큼
금새 숨이 차고 머리아픈 증상이 심하다...

 

견딜수 없을만큼은 아니었기에

또 고산병 대비 규칙을 잘 지켰으니 큰 일은 없겠지하고
다이아막스 복용은 아직 안 하기로 결심했다...

 

천천히 천천히 올라가고 자주 쉬어주는 수밖에 없다...

시간을 주면 몸이 저절로 적응해 주었다...

 

 

 

사실 길은 위로 올라갈수록 더 험해지고 경사가 더 심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데우랄리에서 ABC 가는 길은 예상외로 너무 평탄한 길이 나왔다...

고도가 높아 숨쉬기가 좀 힘들다는 점을 빼면 이제까지중 길 자체의 난이도는 가장 낮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애초에 트레킹 코스를 설계할 때

2500~3000 미터 이전까지는 고산병의 위험이 없으므로 경사를 급하게 해 놓아 최대한 빨리 고도를 끌어올리게 한 다음,

3000 미터 이후부터는 고산병의 위험을 예상하여 일부러 평탄한 코스로 만들어 놓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중간 지점인 촘롱까지만 근육에 이상이 없이 올라온다면 ABC 까지의 성공확율은 70%~80%...

도반에서 히말라야,데우랄리 지점에서 고산병에 지지 않는다면 100% 성공할 것 같다...

 

사실 여기 고도는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나 안나푸르나 라운딩 코스에 비하면 많이 낮아서

내가 만난 트레커들 중 고산병 증상이라 해봐야 두통, 어지러움, 호흡 가쁨, 메스꺼움 정도의

경미한 증상들뿐이라 그리 겁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코스같은 경우 아주 가끔 포터들도 고산병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었다한다... 

 

 

 

 

 

 

 

 


  

 

 

3200미터인 데우랄리부터가 역시 스펙터클한 광경이 펼쳐지며
거대한 산맥 사이로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라운딩시에도 이런 광경이 많이 나타나겠지하고 다시 한번
라운딩에의 결심을 다지게 된다...

MBC까지의 2시간 거리를 최대한 쉬엄쉬엄 간다... 

 

 

 

 

 


설산에서 녹은 눈들이 강물이 되어 세차게 흘러내린다...

 

 

 

 

 

 

4월 말인데도 여기는 아직 쌓인 눈이 변한 얼음이 다 녹지 않았다... 

 

 

 

 

딜럭이 먼저 확인하고 가면서 나를 안내해준다...

아이젠을 착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얼음덮인 지역이 넓지는 않아서 금방 흙을 밟을 수 있다...

 

 

 

 

막 다 건너가려는데 더운 지방에 더 많이 살 줄 알았던 딱정벌레가 보여서 찍어본다...
어찌 이리 추운 날씨에 많이도 나다니는지...
얼음 위에도 살고...
불쌍하게도 트레커들 발걸음에 짖밟히는 수도 많고... 

 

 

 

 

 

 

 

 

 

 

 

 

 

 

 

 

 

호오...

여긴 아주 떼로 몰려 햇볕을 즐기는 것 같다...

딱정벌레...네팔어로 사이낄라... 

 

 

 

겨울엔 이 길은 모두 눈으로 덮여 있다는데
바야흐로 봄이라 알록달록한 야생화가 사방에 보여 기분을 즐겁게 해준다...


접사도 해보고...

거대한 산맥들에만 눈을 두지 말고
발 아래의 마이크로 세계에도 관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즐기며 올라가리라...

 

딜럭 또 쉬고 있다...

그래 푹 쉬어라...  

 

 

 

 

 

 

 

 

 

 

 

 

 

 

 

 

 

 

 

 야생화들을 찍고 있으려니 구경하던 유러피언 한 명도 동참한다...

 

 

 

 

 

 

 

 

 

 

 

 

 나비를 찍을려니 자꾸 도망가서 쫓아가기도 숨이 차는데...

 

 

 


 

딜럭이 자기가 찍어보겠다 해서 카메라를 주니 몇 장 찍어온다...
복잡한 카메라인데도 제법 잘 찍는걸 보니 머리는 영리한 모양이다...

 

 

 

 

 

올라가는 기온에 서서히 녹아가는 거대한 얼음 아래서 쉬고 있는데
한 포터가 지나가며 여긴 위에서 얼음 덩어리나 돌이 떨어질 수가
있으니 위험하다고 딜럭에게 알려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걸어가면서 계속 데우랄리 위의 이 길이 정말 ABC 트레킹의 백미임을
되새기며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고 마음에 담아두려 애썼다...

뉴질랜드 남섬의 초원을 떠올리게 만드는 식물군이 나타난다... 

 

 여기 와서 상황을 보니, 9년전 급조된 트레킹팀이었던
만화쟁이와 재수없고 버릇없던 그 처남놈은 분명히 성공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속도로 계속 올라갔으면 고산병에 분명히 걸려서 실패했을 것이고,
아니면 여기서부터라도 천천히 갔다면 일수가 많아져
나한테 빼앗다시피 환전해간 돈으로는

비싼 식사와 숙박을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내려갔을 것이 분명해지니

그 놈들이 한 짓을 생각해보며 내심 고소해진다...
9년이 지난 지금에야... 

 

 

 

 

 

 

 

 

 

 

 

 

 

 

 

 

 

 

 

 

 

 

 

 

 

 

 

 

 

 

이제 부산 부부팀과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올라가는데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가 멀찍이 보인다...

딜럭에게 물으니 약 30분쯤 남았다한다... 

 

 

 

 

 

 

 

 

 

 

 

 

마지막 힘을 짜내어 드디어 도착한 MBC...

3700 미터 지점...


어떻게 생겼을까 올라오는 내내...

그리고 지난 9년 동안 궁금했었지만
거대한 산들에 둘러쌓여 있을뿐 큰 감흥이 오지 않는다...

 

 

 

 

 

 

 

 

 

 

 

 

 

 

 

 


왜일까...

너무 힘들어서일까...
아님 너무 기대가 커서 일까...

일단 점심을 챙겨먹고... 


 

 

밥먹고 나서 옆의 호주 할아버지와 몇 마디 나누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더 지끈거리고 아파와 침대에 누웠다...

호흡도 더 힘들어진다...

 

진통제 한 알을 먹었다...

10분후에 두통은 사라졌다...

(호흡은 2시간 지나서야 정상으로 돌아왔다...)

침대에서 흐.흐. 짧은 호흡을 되풀이하며 신음이 절로 났다...

그렇게 고산에 익숙해지려 고생하다 

밖에 잠시 나왔더니

 


주위의 산이 없어졌다...
아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구름이...
구름이...
우리를 감싼 것이다...

 

 

 

 

 

 

 

 

 

 

 

 

 

 

 

 

 

 

내 소원중의 하나가 구름속에서 걸어보는 것이었는데
지금 그 소원이 바로 다른 곳도 아닌 히말라야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하늘이...자연이 너무 고마웠다...
뭐 잘한게 있다고 이런 축복을 주는가...

 

 

 

 

 

 

방에 들어가 유끼 구라모토의

히말라야 피아노곡이 담긴
psp를 들고 나왔다...

 

 

아까는 뜰에 있는 테이블에

호주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이제 아무도 없다...

 

 

음악을 들었다...
수년전부터 이 트레킹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사연많은 곡들...
꼭 안나푸르나의 품속에서 들을려고 준비해 두었던...

 

 

드디어 오늘에야 원했던 그 자리에서 듣게 되니 볼것 없었던
MBC지만 감동이 서서히 안에서부터 솟구쳐온다...

 

 

구름이 지나간다...


눈앞엔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순수한 백색의
구름만이 지나간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이다...


환상적이었다...

일상에 지쳐가는 날들에는 전혀 상상도 할수 없었던...


   
분명히 눈앞에 있었던 하얀 산들과 녹색 대지와 푸른 하늘을 지우고서
구름이 지나갔다...

 

 

바로 눈앞에서 지나간다...

 


바로 신발앞을 지나간다...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warm attraction' 이란 곡이 흐르자 마음속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을 받게 되었는데...

 

 

오래 전에 잊혀졌던 신호가 몸속에서 감지되어 왔다...

 


뭔가 아스라한 느낌...

 

 

눈이 찡해지며 뜨거워지며 어느새 눈물이 글썽여진다...

 

 

그 간의 트레킹서 겪었던 고통과 기나긴 여정...

 


걸어도 걸어도 나오지 않던 목적지...

 

 

이제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 나이에도 이런 뜨거운 눈물이 어디엔가 숨어 있었던가...  


 
내가 9년전에 촘롱까지만 가고 포기를 결심했을 때,
그리고 그 이후 더 이상 히말라야 트레킹에는 미련이
남지 않은줄 알고 살아왔다...

그리고 일부러 갈 계획도 없었건만...

 

 

그러나 몇년전 홍콩에 들렀을 때 트레킹화를 고를때도...
한국에서 등산용 스틱을 온라인으로 주문했을 때도...
dslr 카메라를 고르면서도...
휴대가 편한 카메라 가방을 선택할 때도...

 

 

언제나 내 마음 속엔 히말라야에 대한
염원으로 가득했었음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항상 히말라야를 무의식중에 떠올리며 그에 맞춘
준비를 자신도 모르게 해왔던 것이다...

 

 

스피츠에 겨울용 장갑에 방한모에 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염두에 두고 구입하면서도 스스로 몰랐단 말인가...

 

 

이 히말라야에 대한 열정을...

 

 

뜨거운 눈물은 수분간 계속되었다...

 


MBC에 왔다는 성취감에 입술은 웃고, 눈은 울고 있고...

 


환희와 감격이 뒤섞인 미묘한 감정속에
맘속이 시원하게 풀림을 느낀다...

 

 

9년간 속박되었던 나쁜 마법의 주문에서 풀려나는 느낌이다...

 

 

ABC에는 이제 꼭 가지 않아도 좋았다...

 


MBC에 도달한 것만으로도 목표는 이미 이루어졌으며...

 

 

ABC라든지 MBC 그 자체보다 걸어오면서 다가왔던
포타나, 촘롱, 도반, 데우랄리의 풍경들과 추억들이
더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남들보다 더 천천히 나아갈 수 밖에 없었기에
더 충실히 더 여유롭게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어 오히려 고마웠다...

 

 

 

 

 


오후에도 고산병 증상으로 호흡이 가쁘고,
머리도 여전히 아프고, 체온도 떨어졌지만
물을 계속 마셔주고 호흡을 깊게 하고 초코렛 하나를
녹여 먹는 걸로 버틸수 밖에 없었다...

 

 

 


새벽에 잠이 깨는 것은 여전했다...
밖에 나가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북두칠성이 하늘에 가까이 다가온 그만큼 크게 보인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작디 작은 내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