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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차 여행/티벳

티벳으로 가는 길 2

by 즐거운 항해사 2007. 9. 2.
동행인 중국인 이름은 제봉명씨..
65년생으로 불교에 관심이 많아서 라싸에 가는데 성격도 좋아서
자기 가족과 직업에 대해 말해주고 날 통과시킨 공안 기억나냐며
통쾌해하며 같이 계속 키득키득거렸다..
네팔의 룸비니도 가보고 인도의 부다가야도 가 보고..불교 성지는
많이 가 본 모양이다..
단 몸무게가 거의 90킬로 이상나가는 거구라 2인용 침대칸에서 거의
나는 고래에 눌린 새우가 되어 창에 짝 붙어 밤을 지냈다..
본래 호강하자고 떠난게 아닌지라 다 감수할 수 있었지만..
운전수나 다른 손님들이 내가 외국인임을 눈치채면 바로 쫓겨나므로
버스안의 40시간동안 벙어리마냥 입을 다물고 있어야 했고
누가 말을 걸면 대충 미소로 넘기고..
휴게소에서도 제씨 아저씨와 저 멀리 가서야 말을 나누곤 했다..

눈덮인 산이 보이는 걸 보면 좀 높은가보다..
산맥의 모양도 처음보는 기괴함 그 자체이다..
아침에 휴게소에 잠시 정차했는데 몇 발자국 떼는 순간 눈에 별이 보이고
숨이 탁탁 막히고 박동도 굉장히 빨라졌다..
일단 주저앉았다..
이게 바로 고산병이구나 싶었다..
머리도 상당히 아팠다..
몇 발자국 떼고 쉬고 또 쉬고..
별거 아니겠지 싶었는데 산소의 부족은 인간에겐 굉장한 타격이었다..
우육면하나 억지로 먹고..
고산병약인 다이아막스 를 먹었다..

고산병은 본래 고소에서 혈관속의 액체가 혈관밖으로 빠져나와 영양소 운반이
안 되어 구역,불면,소화불량,두통등이 생기고 더 진행되면 폐나 뇌에 물이 고여 사망에 이르는 병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아래로 내려가거나 다이아막스를 먹는 것이다..
다이아막스는 여분의 수분을 배설시킨다..

실제로 히말라야서 고산병에 걸려 죽은 외국인 배낭족얘기나 한국인 여행자
시내양의 이야기도 있다..
시내양은 티벳서 고산병에 걸려 거의 죽을뻔 했는데 한국의 남자친구가 티벳에
있는 한국여행자들에게 인터넷으로 사정을 알리고, 시내양의 중국인 친구가
큰 병원으로 겨우 데려가서 살았다..

우리나라 배낭족들은 고산병엔 약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많이 들었는데
유럽애들은 거의다 다이아막스를 가지고 있었고 없으면 수소문해서
구해다 먹었다..우리도 많이 준비해서 목숨걸지 않았으면 싶다..

자리가 좁아 계속 누워있거나 자거나 해서 약의 효과는 크게 느낄 수 없었고
소변이 너무 자주 마려웠다..그래도 물을 계속 보충해주기 위하여 생수를
계속해서 벌컥이며 마셨다..
두통은 좀 덜 했고 물이 차서 혼수상태에 빠질 걱정은 안해도 되서
안심이었다..

사람마다 고산병을 느끼는 상태는 다 틀리다..
건강과도 크게 관계없고 개인개인의 적혈구 산소운반능력에 비례하는 것 같다..
나는 각오를 했었지만 이렇게 심각하게 당할줄이야..
사고도 제대로 안 되게 몽롱한 상태였고 죽을 것 같은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
밤엔 또 추워서 떨고..
이틀밤을 버스에서 보낸뒤에야 라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옥같은 버스여행이 드디어 끝나고..

라싸에 드디어 첫 발을 디딘 순간
고생했던 기억은 사라지고
상쾌함과 ..
해냈다는 감동이 날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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