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몰디브란 파라다이스를 만난 것은 99년 12월이었습니다...
모두가 어려웠던 그때,
저 역시 약국을 과감히 정리하고 인도로 갔었답니다...
7년간 꿈꿔온 인도....
한국에선 볼수 없는 다양한 사고와 복장을 가진 무수한 사람들과
도시마다 온전히 달라지는 풍광과 문화에 탄성을 지르며 5개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인도 최남단에 위치한 해양 휴양도시 코발람에 이르렀을 때
그 강렬한 파도와 태양에 열흘 이상 빠져 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군요...
그러던 중 국적이 기억나지 않는 외국인 여행자에게서 몰디브가 가까우니
한번 다녀오겠다는 계획을 듣게 되었습니다...
몰...디...브.....
몰디브라....
발음만 들어도 향긋한, 꿈으로만 여겼던 섬이 아니겠습니까...
현지에서 바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외국 여행자들끼리 보고난 책을 교환하는 코발람의 아주 소박한
서점을 뒤져서 하나 남은 론리 플래닛 몰디브편을 찾아내고
좋아라했고....
그러나 가이드북 내용은 배낭여행자에겐 살벌한 가격의
몰디브 리조트 정보에 절망만을 주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80 여개의 리조트 섬중 몇개는 배낭여행자인
저에게도 맞는 섬이 있지않을까 추측했고
나에게 몰디브를 알려준 그 여행자도 저렴한 것도 꽤 있다 그랬으니
무작정 가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인도에만 있는 오토릭샤란 차량으로 1시간 걸려 근교의 큰 도시인
트리반드룸의 항공사로 찾아갔습니다...
몰디브까지는 기쁘게도 왕복 미화 150 불 정도 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더 알아보니 인도-몰디브-스리랑카-인도 코스가 항공료가 비슷해
기왕이면 스리랑카까지 생각하며 항공권만을 구입하였죠....
그 곳에서 예약을 권하는 고급 리조트는 쳐다보지도 않은채 말이죠.......
출발까지는 1주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이 마냥 지루하지만은 않았죠...
내리쬐는 태양광 아래 야자수는 넓다란 잎과 가는 가지까지
바람에 흔들리며 초록을 자랑하고 있었고....
바다에서 불과 50 미터만 올라가면 시작되는 해변 마을에는
매일 보물찾기하듯이 새로운 스타일의 음식점과
소박하고 이국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카페를 발견하는
기쁨이 있었으니까요....
아참...해변에 즐비한 가게에서
그날 나온 싱싱한 팔뚝만한 생선과 해산물을 주문하여 즐기며
파도 소리와 별들을 바라보던 맛도 있었답니다....
몰디브행 비행기안에서 두근대는 가슴을 억제하며....
몰디브의 수도인 말레 섬 옆의 공항섬의 상공에서 또 입을 다물수 없었습니다...
좁은 활주로 양옆이 오묘한 푸른 빛의 산호초바다였으니까요....
몰디브는 이렇게 도착하기 전부터 여행자의
기를 꺽어놓나 봅니다....
말레섬으로 도니란 배를 타고 이동하여 저렴한 20불 짜리
게스트 하우스에 배낭을 풀었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킨 후 조그마한 시내에서 여행사를 찾아내어
정보와 리조트 소개 팜플렛을 입수하게 되었죠...
이 모든 걸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심감은 여행의
열정이자 배낭여행자만의 자부심일 것입니다...
팜플렛에는 리조트 시설과 이용가능한 편의 시설, 전화 번호가 잘 나와 있어
10여군데를 골라 전화를 한군데씩 걸어나갔습니다...
유창하지 않은 영어 솜씨라 어려움이 있었고
역시나 높은 가격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 타리 빌리지" 란 곳에서는 저를 들뜨게 하였습니다...
뷔페 3 식 포함하여 숙식까지 미화 50 불에 해준다고 하였으니까요....
망설이지 않고 2 박을 예약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답니다...
남은 시간엔 세상 어디서도 볼수 없는 말레만의 가게들과 이슬람 사원,
수산 시장의 엄청난 생선들을 둘러보고도 해가 남아있어
바로옆 유인도 "빌리기리"를 하였죠...
섬 주위를 둘러보는데 30분이면 충분한 그 곳...
아이들이 낚시하는 광경과 어디나 맑고 열대어가 충만한 해변에 반해
쏘다니다가 우연히 마주친 몰디브 아가씨...수잔나...
그녀와 오빠, 사촌 동생 모두 5명이서 산호가 널린 바다를
둘러보고 해삼도 잡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슬람국인데 같이 다녀도 되냐고 물으니
그건 옛날 이야기란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그녀의 깔끔한 집에 참치캔(몰디브의 유일한 공산품), 계란 등
약간의 선물을 사들고 방문했고, 가져간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하였습니다...
몰디브 아가씨 수잔나가 끓여준 라면이라 맛이 더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타리 빌리지에 스피드 보트를 타고 도착하니
몰디브 어디나 그렇지만 새하얀 산호초 모래덕에
물속 깊이 훤히 들려다보이고...
열대어들이 헤엄말고 날아다니는 듯한 착각을 자꾸 줍니다...
때로는 작은 상어와 가오리까지 볼수 있다고 합니다...
매니저에 의해 안내된 숙소는 2층집이었습니다...
1층에 거실, 냉장고, 작은 침대가 놓여 있고
2층엔 나만의 대형 침대가 떠억 놓여있는 구조의
상쾌한 밝은 색 독채였습니다....
1층은 물론 2층의 커다란 창문으로 언제나 신비의 푸른 빛 인도양을
감상할수 있어서 더욱 감동하였습니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이런 별장같은 곳을 주다니 ㅜㅜ....
그것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떠나기 싫을 것만 같았습니다....
몰디브에 어부라도 하면서 살면 안될까 밤마다
온갖 가능성을 다 끌어다대며....
타리 빌리지에서의 첫날,,,,
진정한 몰디브에서의 첫 날이라 할수 있었기 때문인지
발은 섬을 딛고 있었으나 마음은 붕 떠서 날아다녔습니다...
섬 주변은 물이 얕은 편이라 썰물때는 저 멀리 보이는
무인도 산호초까지 바다를 걸어서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건너다 조금 깊은 곳이 나올때는 긴장이 조금 되기도 했습니다..
타리 빌리지의 해변에서 뻗어나간 모래톱에서 어린애마냥
모래성도 짓고 찜질도 하고...
혼자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도 없었답니다....
리조트 생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오전에 한번 떠나는 스노클링입니다....
섬의 손님은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수 있고 장비도 다 빌려주었습니다...
허니무너들만 몰디브를 방문하는 한국 스타일과는 달리,
서양인들은 가족 단위 휴양객들이 대부분이었고
다이빙이나 서핑을 즐기러 온 백패커 스타일의 유럽, 미국
여행자도 많았습니다...
1시간 정도 보트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물밑 1 미터까지 우뚝 솟아오른
산호초가 있는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물속 시야는 50 미터 정도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저 먼 곳은 상쾌한 청색과 녹색의 물로 보입니다....
정말 만화속 같기도 하고 해서 제 눈을 믿을수 없었습니다....
천국입니다....
게다가 눈앞에 열대어가 반, 산호가 반이니
모두들 즐거움과 놀라움의 비명을 지릅니다.....
돌아와서 먹는 점심엔 잭 피시의 회가 나왔고
누들, 계란 요리, 아주 부드러운 식빵, 뉴질랜드 버터,
디저트로는 파파야가 나왔습니다...
아주 만족스런 식사였습니다...
저녁엔 수평선 끌에서 제 발밑까지 이어지는 달빛..
그 은파를 바라보며 셀린 디옹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섬을 몇 바퀴나 돌며 산책을 했습니다....
정말 아쉬운 마음으로 2박을 하고 나가려는데
매니저 자비에르씨가 제안을 하더군요....
현재 방이 많이 비는데 35 불 해줄테니 더 있으라고.....
잠시 생각해보니 나쁠 것도 없었습니다...
아니...최고의 제안이었죠....
다시 짐을 풀고 3일 더 지냈습니다....
다음 날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말레 섬에 잠깐 다녀올수 있냐하니 배 시간을 알려주더군요...
시간에 맞춰 도니를 타고 투명하고 녹색이고 코발트 블루인 바다를
지나 말레에 잠깐 나왔습니다...
크리스마슨데 친구에게 카드는 줘야 되지않나 싶어서였죠...
빌리기리 섬으로 다시 배를 타고 건너가 파파야 다듬고 있는
수잔나와 몇 마디하고 카드를 건네주고 다시 리조트로 돌아왔습니다...
빌리기리 섬은 여전히 아름다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밤에 파티를 하더군요...
전 밀레니엄 크리스마스에 몰디브에서
파티를 한 엄청 운좋은 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평화롭고 마냥 행복했던 5일간의
리조트 생활을 보내고 떠나기 싫어하는 발걸음을 잘 타일러
스리랑카로 가는 비행기까지 가야 했죠...
가면서 맘먹었습니다....
담에 또 오리라...
반드시 와서, 스쿠버 다이빙 라이센스 따고 와서
꼭 몰디브의 바닷속 깊은 곳까지 탐험하리라
맘먹었습니다....
그 후 다시 스리랑카,인도를 거쳐 네팔,태국,캄보디아를 여행하고 귀국해서
정신없었던 나날을 다시 보내고.....
2001년 3월 필리핀 보라카이로 날아갔습니다....
한국인으로선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한 다이빙 선생님이
계신 보라카이에서 어렵지 않나 걱정도 꽤 했지만
오픈 워터와 어드밴스 라이센스까지 얻고 나니 자신감이 생겨
다이빙으로 유명한 아닐라오 까지 가서 원정 다이빙을 할 실력이
되었습니다....
다시 귀국, 정신없는 한국의 생활을 보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몰디브 배낭여행에 도전할 마음이 생긴 2001년 10월.....
이제는 다른 길로 몰디브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냥 가면 재미없기에....
역시 배낭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육로로 몰디브에 최대한 접근해보고 싶어
배를 타고 중국으로 가서 티벳, 네팔을 거쳐 인도를 종단하여
몰디브까지 가는 편도 8000 km 의 여정을 세웠습니다...
이것은 저의 자신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여행이요...
제가 몰디브 배낭여행을 제시했던 어느 여행싸이트의
정보를 다시 한번 확인코자 하는 여행이었습니다...
저자신도 그때 운이 좋아 몰디브에서 특별히 저렴하게 보냈는지 아닌지를
항상 궁금해했었죠....
10 월에 떠난 저는 티벳에 들어가기 위해
53 시간에 걸친 기차와 버스의 여정을
고산병과 함께 다정히 나아갔습니다...
도로가 해발 5000 미터랍니다.....젠장 ㅜㅜ....
힘들었지만 도저히 지구같지 않았던 웅장한 풍광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사나이라면, 또 여행자라면 누구나 보아야할 장관입니다....
인도에서도 몰디브에 빨리 가고 싶어 43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계획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한달 만에 도착한 코발람....
항공권은 비슷해서 165 불에 구할수 있었고....
그렇게 해서 이번에도 말레에서 전화하기 시작했는데
"엠부두 리조트" 란 곳이 다시 40 불을 부르는게 아니겠습니까?
덕분에 8 일간 있게 되었습니다...
타리 빌리지보다 여기가 훨씬 나았습니다..
스노클링하기 좋은 산호군도 가까이 있고..
PADI 골든 리조트라 다이빙도 하기 편하고..
무제한 다이빙에 들어갔습니다..(6 일간 횟수 제한없음...미화 300불)
시간만 나면 다이빙하러 달려가는 생활로
8일은 금새 흘러가고....
여기서 다이빙해 볼려고 필리핀에서
고생하며 다이버 라이센스딴건데..
이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구나
하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다른 곳보다 바다생물이 월등히 많음을 느낄수 있었는데..
바다거북과 눈마주보며 같이
다닌 적도 몇번 있었습니다..
넓게 펼쳐진 하얀 모래의 해변에서도 수백마리의 열대어..
작은 상어..만타레이(가오리류)..등을 볼수있고..
방갈로마다 자그마한 개인비치가 있어 편안하게
선텐도 하고 책도 읽고 수영도 하고..
아...또 한 가지....
예전의 몰디브 소녀 수잔나는 이미 결혼해버린 것을 알았습니다....
어린 나이인데도 문화권이 다르니 그런가 봅니다....
이렇게 나 자신과의 여행 약속을 지키며
자기 스스로 어느 여행사에도 없는 코스를 누비며 다니는
배낭여행과 조금 더 고급스러운 자유여행이야말로
인생을 새롭게, 도전의식을 충만하게 채워주는 인생의
필수 코스라고 생각합니다....
몰디브의 코발트빛 바다를 보고 나서는
다른 어느 바다를 보아도 심드렁해지는 후유증이 진하게 남았지만
해발 5000 미터에서 수심 30 미터에 이르는
저의 여행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아래 사진 위에서 3장은 엽서입니다....아래 2장은 제가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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