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내부에 탑승한 것같은 기분이었다
우크라이나 오데사 버스터미널에서 오후2시에 출발해서
몰도바와 루마니아를 경유하여 불가리아의 바르나에
도착한 것은 아침 7시였다
600 킬로의 여정이었다
버스는 최신형의 에코버스라 편했고 자리도 비어서
누워서 왔지만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가방검색을
심하게 했다
열어서 하나하나 다 검색을 하더라
국경지나고부터는 유명한 습지 생태보호구역이라
구경을 잘하고 그러고부터는 잠에 빠져들었다
한번씩 일어나면 어느 나라인지도 모르겠고
버스안도 캄캄하고 창밖도 캄캄하고
푸른 조명만이 보이는데 우주선안같다고
잠결에 생각한 것이다
사실 시간여행을 하는
타임머신 우주선인지도 모른다
우주선타기 전엔 이렇게
가로등이 없는 시대에 살았었잖아...
우주선에서 내리니
멋드러진 조명으로 장식해 놓은
현시대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분...
인생도 그럴것이다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뭔가 부족한 목마름이 생긴다면
그건 자기 인생에서 뭔가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인 것...
인생을 한 단계 더 올릴수 있는 길은
"영감" 을 이용하는 것이다
" inspiration"
영감은
바로 그 영감이란게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고 있고
영감을 절실히 그리고 꾸준히 바라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갑자기 찾아온다
그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을수도 길수도 있다
영감은
수십년간의 직업생활, 사랑, 자녀, 배우자, 여행, 독서,
게임, 등산, 낚시 등의 스포츠생활, 주식, 코인
행복, 건강 등의 긍정적인 에너지에서도
발생할 수가 있지만
오래된 병고, 우울증, 가정불화, 이혼, 실연, 실직,
분노, 절망같은 부정적인 에너지에서도 발생할 수가 있다
자신의 내면을 항상 주의깊게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날 갑자기 머릿속에 뛰어드는 깨달음, 아이디어...
이게 바로 영감인 것이다
그 영감을 자기 인생에 잘 적용하고
일상 생활에 잘 버무리면
그의 인생은 보다 더 완전해지고
더 충만해진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고 해도
다른 이들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거나
거대한 부가 따라오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내적인 충만감...이게 핵심이다
영감으로 항상 더 행복해진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덜 불행해진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실은
장기 숙소를 못 구해서 바르나에서 가장 저렴한
호텔에서 머물고 있는 상황...
1박 17000원...
방이 좁아서 엉망으로 해놓고 살고 있다 ㅋ
적어도 장기 체류할려면 요리가 가능한
키친이 있는 숙소를 구해야 하는데 ....
그래도 전망은 뭔가 운치가 있는 ...
동유럽의 애수를 그대로 담아놓은 듯한
풍경이라 이것때문에 버티고 있다
따뜻하고 달콤한 커피 한 잔 끓여
천천히 마시며 음미하는 풍경맛은 일품이지
아침에 체크인하고 짐풀고 잠깐 더 졸다가
쇼핑몰로 갔다
바르나는 작아서 걸어다니기 딱 좋은 도시였다
그리고 역시 흑해에 접해서 바다풍경도 좋았다
우크라이나에서 푸자타 하타 를 가장 자주 갔는데
바르나에선 그럴 필요가 없을것 같았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메뉴를 보유한
식당이 눈돌리는 곳마다 나타나서
매일매일 다양한 시도를 해봐도 좋을것 같았다
씨푸드, 치킨, 피자, 불가리아 음식....
뭔가 먹지 않아도 허기지지 않았고
굶어죽지는 않을것 같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1인당 GDP 가 2만불 되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여행하다가 갑자기 GDP 3500 불 정도인
우크라이나에 살게 되니 좀 충격이 왔던 것도 같다
우크라이나의 쇼핑몰이나 식당 내부가 주로 무채색인데 비해
바르나의 알록달록한 인테리어와 조명은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오옷...
백조의 호수를 드디어 바르나에서 만나는구나
12월 13일에는 소피아에서
12월 15일에는 바르나에서 ...
이제 대충 키릴어도 눈치로 읽을만하다
문자는 키릴어라도 나라마다 읽는 방식이나
철자가 약간씩 달라져서 문제긴 히지만 ㅜㅜ
12월 중순이라 공원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귀엽게 해 놓았는데 유럽 전체가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시즌에 들어가는구나
한적하니 여유 공간도 많고 뭔가 내가
숨을 쉴수 있게 해주는 환경이라
불가리아에 온게 정말 좋았다
바르나의 첫 인상도 그렇고...
사람들의 표정도 온화하고
낮에 공원에서 시간보내는 실업자들도
우크라이나에 비하면 거의 없어
불안감도 들지 않았다
밤에는 이렇게 변하더라
처음 도착하면 밤에는 긴장감을 가지고
돌아다니는데 바르나의 치안은 그리
나쁘지 않아서 맘을 놓았다
예전에 불가리아 여행시에는 소피아와 벨리코 타르노프만
방문했었는데 그때 흑해쪽의 휴양지인 바르나와 부르가스에
무지 가고 싶었었다
이름만 들어도 뭔가 낭만적인 이 곳...
불가리아의 흑해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고
어떤 마을이 존재하는지 몸서리치도록 보고 싶었다
루마니아의 콘스탄차와 더불어...
바로 지금 실제로 그 곳에 와 있다는 것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바르나 해변은 카페나 레스토랑이
해변에 주욱 늘어서 있어서
우크라이나 오데사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할듯하다
영하의 추위에 바다에 들어가는 분...리스펙...
해안가를 따라 몇 킬로 더 가면 고급스파를 가진
별장이나 5성급 호텔들이 많아서 여름철에는
유럽의 휴양객들이 몰린다고 한다
바르나 비치로 드나들수 있는 메인 로드는 훨씬 번화하고
호텔, 레스토랑, 젤라또 가게, 카지노 등이
들어서 있어서 한번쯤은 이용하게 되었고
눈도 즐거웠다
사진 오른쪽의 Raffy 라는 가게는
젤라또 전문점인데 쫀득쫀득하고 달콤한
젤라또를 2천원 정도에 즐길 수 있어
비치 들러서 산책하고 허기질때마다 즐겨 먹었다
또 우크라이나의 푸자타 하타에 해당하는
"해피 그릴" 이란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어
다른 맛집 가기가 망설여진다면 여기만 가도
수백 가지의 불가리아와 인터내셔널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여기 갈매기들은 독수리처럼 몸집이 큰게 특징이다
도망도 가지 않고 사람에게 다가오는게 무서울 정도...
비치로 가는 도로가 너무나 깔끔해서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맘대로 길을 가다보면 놀이동산도 나오고
공원도 나오고 아기자기한 주택가도 나와서
나로서는 전혀 심심하지가 않았다
느껴지는 공기가 전혀 위험하지 않아서
카메라도 자주 들고 다닐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만들어진 곳인데
꼬지구이나 보르쉬 등 불가리아 음식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판매하고 있던데
항상 사람들이 많아 조용할 때
한번 도전해 볼려고 ...
길거리 생맥은 언제나 옳다
낮에 마시면 더 좋지
맥주 한 잔 마시고 바라보면
풍경도 달리 보여지지
바르나에서 가장 아름답고 유명한 사원인데
따로 찾지 않아도 가다보면 보인다
해질녁에 봐도 아름답고
도시를 낭만적으로 만들어주는...
이때부터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하는 행사에 뛰어들어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적립했었던 것같다
트립에 올려진 명소에 대한 사진과 후기를 적으면
5~20 마일을 적립해주는데 한달에 1,100 마일까지는
모았던 것같다
어차피 내가 하는 일이 동네를
거닐며 구경하는 일인데
폰으로 찍어 올리면 1석2조니까...
슬슬 걸어다니면서
불가리아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보고
마을의 구성은 어떤가 감상하며 다닌다
물론 첫 며칠간은 그리 서둘지 않고
생필품 구할수 있는 마트부터 파악하고
그 후 이곳 저곳 쏘다녀야 한다
내가 머무는 호텔은 베드타운에 있어
조용해서 좋았다
뭔가 구경할 게 많을것같은 또다른 쇼핑몰로 고고...
택시비도 그리 비싸지 않지만 도시가 작아서
걸어서 1시간 거리정도는 그냥 걸어다닌다
쇼핑몰 구경에서 건진건 없지만
요 피자 하나 건졌다
당시 1레바는 650 원인데
2레바 밖에 안 하네
콜라 같이 해도 2500 원 정도...
현지 커플들이 많았다
여기서 만나서 간단히 먹고
영화보러 가는듯...
치즈가 고소하고 찰져서 맛나게 먹었다
근데 콜라 없으면 목이 좀 메이겠더라
불가리아에선 굶을 일은 없겠구나
도시 곳곳이 내게는 흥미로운 관찰의 대상...
바르나는 도시풍경이 가는 곳마다 달라서
머물렀던 60일 동안 심심하지가 않았을 정도...
발틱 3국과도 다르고
폴란드와도 다르고
우크라이나보다 다른 주택양식이
내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역할을 해준다
가장 걷기 좋았던 곳은 단연코 이 곳...
바르나 비치에 붙어서 조성된 길다란 공원...
프리모스키 공원이 너무 인상깊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산책로와 양옆으로는 아기자기한
숲속길이 있어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골라다니는
맛이 있었다
길이 3킬로 정도의 이 공원안에는 수족관도 있고
동물원도 있고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장소도
있어서 주민들에게 인기였다
평일엔 인적이 드물지만 휴일엔 방문객들이 꽤 많았다
게다가 해변쪽으로 가면 야외 씨푸드 레스토랑부터
중급 ~ 고급 씨푸드 레스토랑, 범선 내부에 만든 레스토랑 등
그날 그날 기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바르나 정도라면 한달살기를 시작해 보기에
아주 적합한 도시같다
바다도 있고 해안 공원도 멋지고
한식당 하나에 중식당도 몇 개 있고
사람들 성품도 온화하고 날씨도 그리 춥지 않고
물가도 비싸지 않고
약국에서는 폴란드 제품같은데 영양제가
몇 천원밖에 하지 않아서 그동안 먹지 못했던
종합 비타민부터 주욱 쇼핑했다
왜 이리 저렴한건지 득템한 기분 ㅋㅋ
바르나에는 한식당이 있었는데 한국인이 하는게
아닌 불가리아 사람이 하는 곳이었는데
비빔밥이 정말 한국보다 맛있었다
그 사장님께 부탁해서 신라면을 한박스 구매했다
비오거나 출출할 때 방에서 끓여먹게 말야
초이스란 라면도 마트에서 발견했는데
야채맛, 치킨맛, 소고기맛 이 있었고
개당 400 원인데 양이 작아 2개는 먹어야 했다
아마 한국분이 만든 공장에서 생산되는 듯했다
한국에선 라면을 이리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머나먼 이국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는 거라면 무조건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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