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은 숙소잡고 좋아서 들떴다가 잠들고
둘째날부터는 동네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예실섬은 워낙 작고 소박해서
큰 볼거리는 없었지만
대도시를 싫어하고
걸어서 다닐수 있는 작은 동네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천국이었다...
일단 숙소를 나와 호수를 따라 걸어나갔다...
현대적이지도 않지만 그리 낡지도 않은
주택들이 마음을 편안히 만들어 주었다...
여행에서 만난 한 은퇴여행자님의 말씀대로
어떤 형태의 여행이던 쏘울 큐잉(영혼의 치유)을 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어떠한 변명을 대더라도 영혼의 치유가 본목적이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나는 치유가
잘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골목길은 나의 어릴적 놀러가곤 했던
할머니사시던 동네의 분위기와 비슷했다...
돌담길이며 좁은 골목길 등등이...
이런 기분은 태국 농카이에서 맛보고 처음이었다...
그래도 터키 어디서나 흔히 볼수 있는
이슬람 사원의 첨탑만이
여기가 터키라는 이국임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갈림길이 나왔다...
어느 쪽으로 갈것인지 잠시 주저하다가
바로 왼쪽으로 걸어갔다...
섬의 마을안으로 들어갈수록
황폐한 공간이 늘어난다...
여기서는 주저없이 왼쪽으로 걸어간다...
꽈리라고 해야하나 이름을 알수없는
열매를 벽에 매달아 건조시키고 있었는데...
고추와 파프리카를 비롯한 저 열매들을 왜 말리고 있는지...
식용인지 관상용인지 악운을 쫓는 관습인지
내게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이 곳 집들은 돌과 진흙을 으깨어
만들어 놓았다...
섬에서 구하기 쉬워서 그런 것일까...
바람이 심한 이 섬에서 안전하기는 할것같다...
또 보인다...
미스테리 덩어리들...
그렇게 마을 골목을 돌고 돌아다니다
저 끝에 호수의 파란 물이 보이자
이제 나가고 싶어졌다...
앞서 가는 할아버지를 따라 천천히 나가본다...
흠...
정말 무사태평인 섬마을이다...여기는...
삐끼도 없고 여행사도 없고 심지어는 주민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내가 나간 쪽의 호숫가에는 펜션에서 운영하는
해산물 식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예실섬은 사잔(잉어)과 레우레기(배스) 요리가
유명하다고 했다...
호숫가를 따라 식당들이 줄지어 있는데
세계 금융위기때문에 세계 경제가 갑자기 어려워졌는지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보기가 어려웠다...
어떤 식당에서 먹던지 멋진 호숫가의 경치는
음식을 배로 맛나게 해줄 것이 틀림없었다...
호숫가를 따라 한바퀴 돌 요량으로
걸어가다가 아담한 하지만 운치있는 카페를 발견했다...
호수물 바로 위라 바람도 좋고해서
잠깐 쉬어볼까 하며 맥주를 주문했다...
맥주는 물론 터키 맥주인 에페스가 최고다...
한국에서는 낮에 맥주를 마시지 않지만
여행시에는 이상하게 마시고 싶어진다...
그만큼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맥주를 음미해본다...
근처에 작은 항구비슷한 곳이 있어
이리저리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이 아주머니가 이 배들을
대여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해주었다...
1시간에 20 리라인데 낚시 도구 대여도 가능하다고 했다...
호수에 낚시할만한 생선들이
많냐고 물었더니...
작은 아들이 배에 묶어둔 그물망을
열심히 들어올린다...
팔뚝만한 생선들이 힘차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역시 호수가 크니까 생선들이 좋네...
그러나 나는 낚시에 별 흥미가 없고
사실 가장 잔인하고 비열한 취미라고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배를 빌릴 생각은 없었다...
우리보다 힘없는 살아있는 생물을 미끼로 속여서
생명을 뺏는다는게 마음에 들지 않게 된건
최근의 일이지만...
두 아들은 신나서 외국인에게 물고기들을
자랑하느라 신났다...
참...
터키인들처럼
외국인에게 부끄러움도 안 내비치고
그렇다고 너무 무시하지도 않고
딱 좋을만큼 친근감을 나타내고
밝게 웃어주는 사람들은 아직 보지 못한것 같다...
이 형제들...
사진을 찍어주느라 혼났다...
어찌나 좋아하든지^^
혹시 에이르디르의 예실섬에 가실 분이 계시다면
이 할아버지(아주머니의 아버지)에게서
한번 배를 빌려타보실 것을 권한다...
배뒤에 모터를 달면 1시간에 30리라인데
그러면 호수위를 신나게 달리며 경관을 볼수도 있고
호수 가운데서 낚시도 즐길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한국인들에게 소개해준다는
아주머니와의 약속을 지켰다...난^^)
예실하면 나에게 떠오르는 것중
이 빅 피쉬 레스토랑을 빼놓을수 없다...
예실섬의 명물인 레우르기 (민물 배스) 튀김을
기가 막히게 잘하기 때문이었다...
배스라는 어종은 나는 처음 맛보았는데
그렇게 부드럽고 고소하고 튀김은 아주 산뜻하게 바삭했고
민물 생선 특유의 비린내나 흙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8 리라인데 주문하면 샐러드와 에크멕빵과 함께 내온다...
정말 먹는 도중에는 잡념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음식을 먹는 행위가 명상에 다다를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가
될수도 있겠구나 하고 깨달았다...
이 식당을 발견한 내내 점심 저녁으로 먹었고
떠나는 날 아침에는 식당문을 열 시간이 아닌데도
전날 예약한 단골인 나를 위해서 만들어 주었다...
또...
이스타코스라는 이 민물랍스터는 또 어떠한지...
바다 랍스터보다는 작지만
20 리라(당시 18000원)에
20 센치짜리를 10 마리나 주는데
소금과 레몬 양념으로 먹으면
속살이 어찌나 부드럽고 쫄깃하고 고소한지
맥주와 더불어 혼자서 파티를 벌였다...
한국 여행자가 보였더라면 같이
이 맛을 나누었을텐데...
당시는 세계금융위기때라
외국인 여행자는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황홀한 식도락을 즐기는 가운데
또 예실섬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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