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서 50리라를 주고 탄 터키버스는
미리 듣고 왔던 편안함을 주는듯 싶었다...
음료수도 컵에 자주 부어주고 과자도 주고...
저렴한 향수도 손에 부어주었다...
처음 만나는 이국적인 서비스에 신기해했으나 곧
체형에 맞지 않는 좌석때문에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다리가 긴 터키인들과의 차이는 당연한 것일 것이다...
버스 내부도 찬찬히 둘러보니
태국의 1등 버스나 VIP버스 정도의 시설이었다...
나중에 간 동유럽의 버스들이 오히려 내 체형에는
더 잘 맞았고 편안했다...
(그리고 이제까지 본 최고의 럭셔리함을 보여준 버스는
말레이시아의 버스들이었다...
조명과 차내 시설이 미래지향적이라
도저히 말레이시아에서 만나리라곤
기대할수 없는 그런...)
터키에서의 첫 밤거리와 야경들을 구경하느라 잠이 제대로 올리 없었다...
고속도로도 제법 잘 닦여진 나라축에 들었다...
그렇게 자다 깨다 휴게소에 들렀다가를 반복하다
어느새 사막지형같은 카파도키아에 들어왔음을 느꼈다...
일출과 함께 보여지는 모래지형의 그 오묘함은
정말 여행자로서의 감성을 꽉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한국에서 미리 카파도티아의 여러 마을중
괴뢰메의 우푹 펜션에 열흘 묵기로 예약해뒀기 때문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푹 펜션으로 갔다...
1일 15리라에 묵고 아침식사를 할 경우 5리라 추가하기로
메일을 젊은 오르한 사장과 미리 주고 받았다...
길치인지라 약간 헤메었지만 마을이 작기 때문에
젊은 스텝들로 주인이 바뀐 활기찬 그 펜션을
발견하고 괴뢰메의 생활에 빠져들었다...
괴레메에는 SOS, 베드락, 락벨리, 트래블러스 등의
많은 유명한 숙소들이 있었지만 이번에 나의
인연은 여기였고 묵어본 결과 아주 만족할만한 숙소였다...
내가 간 9월 초중순은 아직 더위가 가시기 전의
늦여름으로 심할때는 낮에 40도가까이 올라가기도 했는데
우푹의 방은 이상하게도 시원해서 에어컨없이도
지내기가 수월했다...
오너인 오르한(=오사장)은 29세로
얼핏보면 멜 깁슨을 닮았다...
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게스트에게 한명한명 최선을 다해
친절하고 섬세하게 보살펴 주고 있었다...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속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지 않으면 느낄수 없는
진심을 어느 정도는 느낄수 있었다...
게다가 만원 조금 더 주고 자는 숙소에서
이 정도 배려를 받았으니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다...
오사장은 어디 글을 올리면
자기는 결혼했음을 밝혀 달라고 했다...
보통 숙소주인들은 결혼해도 안했다고 농담하는데
오사장은 달랐다...
혹시나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일본인과 결혼해서 두달반된 아기가 있는데
한번씩 터키와 일본을 오가며 만난다고 했다...
애칭 손사장(쏘네르)인데
오사장 동생이고 22살 꽃미남이었다...
영어는 잘 못하지만 친절하고 예의발랐다...
담배피는 터프한 모습을 컨셉으로 잡아보았다...
한가지 주의할 일은 오르한의 사촌동생인
17세의 컴퓨터를 전공한 스텝이 있는데
아직 사춘기인 소년으로 너무 어려서
손님을 대하는 마인드가 배여있지 않아
불쾌감을 느끼는 일이 있었다...
이 소년과는 그냥 일문제만 논해야지
농담을 슬슬 던지며 친해지려고 하면
나중에는 머리끝까지 기어오른다...
내가 머문 방은 여러 종류를 갖춘 우푹의 방중
2층의 싱글룸이었다...
1층보다 조용해서 쉬기 좋았고 경관도 좋았다...
욕실도 딸려있고 24시간 온수도 잘 나오고
오래 머물기에 정말 편한 방이었다...
게다가 2층에서는 아침 6시부터 7시사이에 벌룬이
날아다니는 것을 가까이서 볼수 있었다...
우푹이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비교적 넓은 정원과 휴식공간이
여러 군데 있다는 것이다...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살구나무를 비롯한
유실수들이 기분좋게 맞아주고...
입구 오른쪽에 있는 공간은...
누구든지 언제나 누워서 책을 보든지 그냥 휴식하든지
잠을 잘수 있게 푹신한 쿠션들로 가득차 있었다...
가끔은 쉬고 있으면 터키 사과차를 대접해 주곤 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중간에는 식당으로도 쓰이는 공간이 있는데
강렬한 햇빛을 막아주는 거대한 파라솔이 있어 쉬기 좋았다...
정원에서 하는 아침식사도 좋지만 이 곳에서의 식사는 경관을 더불어
즐기며 할수 있어 나중에는 이 곳을 더 애호하였다...
1층까지도 햇살이 들어와서 언제나
마음을 밝게 해주었다...
아침식사는 8시에서 10시까지 정원에 차려주는데
우푹의 아침식사는 푸짐하기 짝이 없어서
터키식 팬케잌인 괴즐렘과 터키식 빵인 에크멕,
올리브 절임, 치즈, 소세지,삶은 계란,
계절 과일들, 서너가지의 잼과 꿀, 차이나 커피를
무한 리필해 먹을수 있어 조금 늦은 시간에 먹게 되면
점심을 먹을수 없을만큼 배가 부르게 되어
여행자 입장에서는 참 행복한 고민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게다가 터키의 9월은 살구열매가 풍성하게 열리는 철이라
식사를 하다보면 식탁위로 농익은 살구가 한두개씩 예고없이
툭툭 떨어져 놀라기도 하지만 자연과 이토록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에 미소를 지으며 식사를 계속하게 된다...
우푹에는 터키인들뿐만 아니라 한국,일본,유럽 각지의 사람들로
붐벼서 다양한 소재로 대화를 나눌수 있었다...
오르한은 겨울을 대비해서 틈틈이 살구를 주워 잘 씻은 다음 옥상에서 말렸는데
살구잼을 만들기도 하고, 말려서 겨울식량으로 저장해 둔다고도 했다...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의 우푹에서
나는 하루는 계곡을 탐험하고
다음날은 그 사진을 정리하며 쉬고
그렇게 괴뢰메의 주민이 된듯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낼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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