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 지누-촘롱 1시간 소요
어제 포타나에서 지누까지 강행군을 하는 바람에 다리의 근육이 많이 뭉쳐버렸나 보다...
부어올라 평소와 다른 근육 크기에 스스로 놀라버릴 정도였다...
새벽 4시에 잠을 깼었는데 한참을 주물러 주었다...
이상하게도 산속의 밤은 저녁무렵보다 새벽에 더 포근한 대기가 감싸고 있었다...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니 못 걸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정을
변경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본래는 ABC코스 둘러보고 내려올 때 푼힐까지 들를 계획이었는데
역시나 즈어질 체력 때문에 바꿔야 할 것 같다...
어떻게든 이번 등반은 꼭 성공시키고 싶었다...
이번에도 좌절되면 9년전의 실패 회복은 물론
자신감이 많이 상실될 듯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비행기타고 네팔에 와야 한다...
그러긴 싫다...
푼힐은 포기하고 ABC 코스만 여유있게 둘러보는게 안전한 성공을
위해 좋을것 같다...
여러 명이 같이 오지않고 혼자 온 것이 이런 점에서는 그만인것 같다...
남들한테 민폐를 안 끼쳐 참 다행이기도 하고...
촘롱의 엑셀런트 뷰톱 롯지에서 머물며 여유롭게 보내고 싶다...
아침에 지누의 나마스떼 게스트하우스에서 촘롱쪽을 올려다보니
안나푸르나 사우스가 포타나에서 보다 더 거대하게 서 있다...
힘들고나...
저기 가까이도 가는게 이리도 힘들줄이야...
뒤의 작은 언덕 넘어 높은 산이 촘롱이 자리한 곳이다...
내가 준비하고 올라간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고,
산이 허락해줘야 다가갈수 있다는
어느 분의 말씀이 떠오른다...
방마다 붙어 있는 부적이다...
문명보다는 대자연의 힘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인지라 이런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아침 식사는 180루피짜리 야채 볶음밥과 더운 물 좀 달래서 커피믹스 한 잔 마셨다...
밥맛이 없는건지 걱정이 되어선지 입안이 깔깔하다...
그래도 간다...안녕...
천천히 준비를 해서 9시쯤 촘롱으로 출발했다...
필터 워터도 미리 물병에 가득 부어놓는다...
2시간 걸린다고 나와있는데 10분, 그리고 또 다른 10분 쉬고 갔는데도
1시간만인 10시에 도착해 버렸다...
지누의 전체적인 모습...
절벽위에 자리잡고 있다...
지누 촘롱 구간도 경사가 심하다...
다행인 건 짧은 거리인 것...
어제 지나온 길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벌써 이렇게 올라왔나...
거의 촘롱에 다다를 때는 황금색을 약간 띄며 반짝이는 계단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다 다시 쉬며 경치 구경하고...
한발짝 걸을 때마다 칼로 찌르는 듯,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다시 느껴진다...
참 큰일이다...
어렵게 어렵게 한발짝씩 내딛으며...
겨우 촘롱에 올라왔다...
2170 미터 지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9년전 팀이 힘들어하며 열심히
왔던 길은 돌아오는 먼길이었던 것같다...
지도와 실제 길을 맞춰보니 알수 있었다...
그 당시는 가이드나 포터없이 그냥 가는 여행시대였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그때는 저 길로 옆에서 도착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딜럭보고 물으니 저 길이 제일 힘든 길이라 한다...ㅠㅠ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갈려면 라운딩을 하던, 푼힐로 오던,
페디나 나야풀에서 시작하던 이 촘롱을 거쳐야 한다...
모두 2번의 ABC 트레킹을 해본 경험으로 걸어본 길 중에서
나야풀-사울리 바자르-큐미-뉴브릿지-지누-촘롱이 그나마 가장 평탄하고 쉬운 길이고
페디-포타나-데우랄리-란드룩-뉴브릿지-지누-촘롱이 중간 난이도...
나야풀-사울리 바자르-간드룩-촘롱이 간드룩까지의 경사진 계단길때문에 제일 악명이 높다...
이 촘롱까지 너무 무리를 하거나 체력이 약하다면 여기서 포기하는 수도 많다...
여기까지 올라와서 역시 다리에 무리가 와서 그만하고 내려가기로 결정한 한국인 4명도 만났다...
이 집이 촘롱에서 만나는 제일 첫 집이고 우리가 묵을 숙소는 조금 더 가야한다...
초입에는 한국음식한다고 백숙 등등 크게 써 놓은 롯지도 있었는데
메뉴를 보니 포카라의 한국식당 가격과 비슷했다...
여행정보를 모을 때부터 봐두었던 촘롱의 엑셀런트 뷰 톱 롯지에
방을 정했다...
제일 높은 곳에 있어 경관도 좋고 방이 깨끗했다...
ABC 트레킹하는 중 유일하게 욕실달린 방을 목격했다...400루피...
방마다 구조가 달랐는데 싱글은 150~200루피이고 더블은 200루피다...
공용 욕실은 환하고 깨끗하고 그래서 기분이 다 좋아진다...
나는 전망좋은 2층 베란다방을 150루피에 잡았다...
성수기가 끝나갈 무렵이라 방을 잡기가 무척 수월한 편이었다...
베란다에 침낭과 옷가지를 걸기가 좋았다...
아직 이른 오전 시간이라 그동안 밀린 빨래도 다 해서 말려놓았다...
전망도 좋고...촘롱 마을 전체가 시원하게 한 눈에 보인다...
설산은 흐릿하게 보인다...
아침엔 볼 수 있을려나...
날씨만 좋으면 마차푸차레도 볼 수 있다...
바로 아래 있는 인터내셔널 게스트 하우스도 괜찮았다...
새로 칠했는지 깨끗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전망도 좋은 편이고...
방은 여러 가지인데 싱글룸은 100루피...
여긴 나무로 대충 지어서 싱글룸은 좀 그렇다...
더블룸은 200루피다...
공용 욕실도 깨끗한 편이고...
한국여행사를 통해 오는 여행자들이 묵어서 그런지 한국 메뉴도 몇 가지 있었다...
딜럭과 친하다는 엘리지움 게스트 하우스로 갔다...
아담한 롯지였다...
딜럭 또래의 아가씨가 있었는데 딜럭은 그 동생 숙제도 가르쳐 주고 잘 보이려 한다^^
여기 방은 100루피 달라고 한다...
유난히 학생들이 많이 있다...
밥나오는 동안 사진 찍어주다가...
점심으로 달밧을(250루피) 먹고...
사실 여기 머물려는 딜럭이었지만 엑셀런트를 고집했었기에 미안한 마음에
점심은 여기서 먹어주었다...
그게 나중에 조금 문제가 될 줄이야...
엑셀런트 뷰톱 롯지로 올라오는데 짐을 싣고 오는 나귀들과 마주쳤다...
방에 가서 카메라와 9년전의 사진을 들고 추억의 장소에 다시 가서
사진을 찍으러 가는데 엑셀런트 뷰톱 요리사가 뭐라고 딜럭에게 한다...
네팔어는 모르지만 게스트 어쩌고 하는것보니
딴곳에서 식사를 한것이 불만인듯 싶었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딜럭이 분해서 600루피를 주겠다고
지갑을 꺼내든다...
아직 나이가 18세 사춘기 나이라 감정을 억제하기가 어려운가 보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요리사에게
내가 다리가 안 좋아서 여기 일찍 머물렀고 저녁은 여기서 먹을 것이다...
정 그러면 내일 계산서에 점심값 대신 200루피 추가하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요리사는 웃음을 지었고
그제서야 사진을 찍으러 갈수 있었다...
큰 돈 아닌걸로 모처럼의 트레킹을 망치기도 싫었고
치안이 전무한 이런 산골에서 감정 싸움을 크게 벌릴 수도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추가 비용을 청구하지도 않았다)
9년전의 사진과 맞추어보니 이 롯지 가게 처마끝 구멍도 그대로고
뒷배경의 산 능선도 같고 집도 같다...
주인 아주머니가 확인도 해준다...
9년전 그 포즈 그대로 한 장 찍어준다...
감회가 정말 새롭다...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선 셈이다...
그리고 다시 어려움을 만난 셈이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감이 안 온다...
고산에서의 경험은 내 인생에 별로 없기 때문이다...
힘을 비축하고 새로운 트레킹의 기억을 만들어보자...
오후에는 방에서 잠자다 베란다와 정원에서 책보다가 하며 여유로운
산골에서의 하루를 가슴가득 벅차게 즐길수 있었다...
캠핑하는 트레커들을 보니 또 캠핑도 한 번 해보고 싶어진다...
이건 팔랑귀도 아니고 뭘까...팔랑눈인가...
저 사람들은 포터들이 대여섯명은 되어 보인다...
고산병 기운이 조금 나서 다시 갈릭스프를 (110루피) 시키고...
야채 볶음밥으로 (190루피) 저녁을 때운다...
거의 7시 가까이 까지 해기운이 남아 있다...
8시를 넘자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어둠이 촘롱에 깔려 버렸다...
풀벌레 소리만이 마을 가득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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