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 포타나 - 지누 9시간 소요
새벽 6시에 옆방의 네팔처자들 핸드폰 소리에 일어났다...
문명과는 떨어진 곳에 왔는데 저런 소리를 들으니 영 감흥이 준다...
창밖으로는 빨간 태양이 산 너머로 막 솟아오르고 있었다...
연한 안개가 산과 산 사이를 메우고 있어 설산을 볼수 없을줄 알았는데
북쪽에 안나푸르나 사우스와 몇몇 봉우리들이 우뚝 하고 느닷없이 솟아있어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이런 상쾌한 공기를 언제 다시 한번 맡아 볼수 있을 것인가...
아침으로 먹은 계란과 치즈가 가미된 감자 요리(170루피)는 기대와 달리 맛이 희안하다...
결국 다 못 먹었다...
딜럭과 또 밀크티 한잔씩 나눠마시고 길을 떠난다...
어제 네팔 여인들은 가이드와 보조가이드란다...
손님인 서양 중년 여인네때문에 천천히 돈단다...
어쩐지 네팔인들이 트레킹하는 경우는 잘 없는데...
트레킹 도중 딱 한 명 보았을 뿐이다...
오늘 오전에는 8시 포타나, 9시 데우랄리(2100미터), 10시 톨카(1700미터), 10시 30분 톨카 통과,
11시 30분 란드룩 (1565미터, 12시 식사, 1시까지 휴식)까지 나아갔다...
포타나에서 데우랄리는 금방이다...
길이 경사가 없는 평지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한국에서도 천천히 몸이 풀리는 슬로우 워머 타입인지라
항상 초반에는 숨이 찬다...
한번씩 쉬어 줘야 한다...
딜럭도 땀에 찬 옷을 벗고 바람에 몸을 맡기고 쉬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공중에 떠 있는 것같은 설산 때문에 그나마 기운이 난다...
그대로 데우랄리를 통과하고...
톨카와 란드룩까지도 내리막길이 주기 때문에 어제보단 쉬운 길이다...
대신 반대로 올라오는 트레커들은 거의 죽을 지경이어서 나마스떼 인사도 제대로 못한다...
숨이 찰때는 인사 한 마디하면 호흡이 흐트러지는 것을 어제 오면서
경험했기 때문에 이해가 된다...
출발할 때는 30분 걷고 10분 휴식, 40분 걷고 10분 휴식 으로 하고
점차 몸이 풀리고 숨길이 트이면 속도를 약간 더 낼 수 있었다...
평지가 나오면 조금 더 먼 거리를 걸어주고 쉬고,
내리막, 오르막 길이 나오면 조금 더 자주 쉬어주면서 갔다...
물론 9년전과는 달리 속도전이 아니라 경치도 구경하면서
천천히 온전히 내 속도에만 맞춘 팔자좋은 트레킹이었다...
천천히 가니 몰랐던 새로운 느낌들이 다가왔다...
식사하는 식당 사람들과 헤어질때 정겹게 인사하는 것이 즐겁다...
식당마다 달밧의 맛이 다른 국과 반찬을 음미하는 것도 즐겁고...
이 집은 데우랄리에서 톨카가는 길에 위치한 곳인데
그렇게 성의없는 밀크티는 처음 먹어 봤다...
쌀뜨물같았다...
저녁에는 배까지 아팠다...
트레킹 통틀어 딱 한 군데 비추인 곳이다...
현지인 꼬마 환자인데 여기 사는 분들은 아프면 정말 곤란하겠다...
저렇게 들것에 실려 몇일을 가야 병원에 도착할 수 있으니...
쾌유하기를 맘속으로 빌어주고 떠나간다...
드디어 1700 미터의 톨카에 도착했다...
톨카는 산등성이에 계단식 논도 볼 수 있는 마을이었다...
건너편 계곡이 또다른 코스인 사울리 바자르 - 큐미-간드룩 코스이다...
이 두길은 나중에 뉴 브리지 마을에서 만나게 된다...
고산 마을의 일반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걷다보면 더워지기 때문에 물 1리터는 금방 마시게 된다...
고산병 예방을 위해 하루 2,3 리터씩 어떻게 먹어야 하나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목이 말라 저절로 마시게 된다...
그만큼 공기가 건조해 목이 잘 마르고 땀이 많이 난다...
가다가 팔순이시라는 현지 할머니를 만났다...
우리는 힘들어하며 헉헉거리는데 할머니들은 그냥 막 가신다...
비결이 뭐예여?
정녕 대단하십니다....
톨카길은 경사길에 약한 나에겐 최상의 길이다...
그저 평평할 뿐...
아이를 그네같은 것에 앉아있다...
특이하게 생긴 요람이다...
드디어 1565 미터의 란드룩에 도착했다...
건너편 김체를 바라보며 식사를 기다린다...
많이 걸었더니 배가 무지 고프다...
이 집도 달의 맛이 특이했는데 배가 고파서 더 맛있게 먹은 것같다...
점심먹고 총 1시간 가까이 쉬고서야 출발 준비를 한다...
(란드룩 메뉴판입니다...
예산짜실 때 도움되라고 올려드립니다...)
생수1병이 벌써 65 루피로 올라 있었다...
현지인들이 기른 곡물을 볕에 말리고 있다...
이 노란 식물은 술을 담그는데 쓰인다한다...
곳곳에 예쁜 숙소가 많이 있다...
시간만 많으면 하루쯤 묵어보고 싶은데...
란드룩에서 뉴브릿지 구간은 약한 내리막길인데도
다리가 풀리려하고 힘이 든다...
한국에서 짬짬이 걷기 운동으로 다리 근육을 강화시킨다고
노력했지만 한참 모자랐나보다...
갈림길이 나온다...
촘롱으로 간다...
어떻게 저런 절벽에 밭을 다 만들었을까...
인간의 적응력은 무서울 정도다...
이 못 생긴 나무는 뭘까...
이제 거의 계곡 아래까지 내려왔다...
에구 힘들어...
다리건너기 전에 또 휴식 시간을 가진다...
이 곳이 그나마 바람도 불고 폭포도 볼 수 있어서다...
이제 강을 따라 걷는 코스인데 힘이 거의 빠져 내가 왜 여기 왔을까 생각하게 되는
그런 순간들이 여기서 다가온다...
농가 마당도 그대로 통과해야 한다...
이 긴 다리 통과해서 조금만 더 가면 뉴브릿지 나온다고 해서 억지로 힘을 내어 건너본다...
란드룩 떠난지 2시간만에 뉴브릿지에 기진맥진해 도착했다...
아직 트레킹 초반이라 몸이 적응되지 않은것이다...
달디단 밀크티를 마시며 바람을 즐긴다...
칼파나 게스트하우스의 밀크티는 맛있어서 2잔(한 잔 40루피)이나 마셔주었다...
이런게 행복이지 별게 있을까...
여기부터는 생수를 판매하지 않았다...
대신에 필터 워터라 해서 끓여서 정수된 물을 리터당 50루피에 판다...
그래서 등반용 물병이 꼭 필요하다...
인도 청년 트레커들도 있었는데 해변 비치웨어를 입고 온 녀석도 있다...
크...역시 인도인다운 발상이다...
이 사람 참 재미있는 포터다...
키는 160 이 안 되고 몸무게도 40킬로대이고 몸에 근육도 별로없는데
20킬로 가까운 짐을 지고 다닌다...
안 힘드냐 하니까 다 테크닉이란다...
옆의 28세인 이스라엘 여자와 같이 다니는데 저 여자도 강인해서
이 팀 4박 5일만에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를
끝내버렸다...
며칠뒤 한참 올라가고 있는데 이 팀은 내려오더니 벌써 갔다왔다는 거다...
저 기록은 아마 최단 타이기록일 것이다...
하여튼 둘다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쉬다가 오후 4시에 다시 길을 떠났다...
경사가 가파른 코스다...
1340 미터인 뉴브릿지에서 1780 미터인 지누까지 가기 때문에...
사진 오른쪽 상단에 집들이 살짝 보이는데
그 곳이 바로 지누...
계곡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야 한다...
일단은 평지로 주욱 가다가...
일단 이 계곡까지 내려갔다가 급경사 계단길을 올라가야 한다...
먼저 간 인도팀과 사이좋게 앞서거니 뒷서거니 올라갔지만
그 팀도 나도 다섯번은 넘게 쉬어야 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힘을 이미 많이 소진하였고
경사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 계단길 오를때는 아예 사진찍을 엄두도 못 낼만큼 힘들었다...
쉴 때 그나마 지나온 건너편을 찍을 정신이 들었을 뿐...
뉴브릿지에서 지누에 이르는 경사진 언덕과 계단길을 숨이 찰만큼 차고
힘도 빠질만큼 빠져서 5시에야 겨우 나마스떼 호텔에 도착했다...
거의 천식 환자가 내는 숨소리만큼이나 쌕쌕 거린다...
정원도 꽤 넓고 좋다...
방은 100루피에 싱글룸을 준다...
창문은 나무로 되어 있어 운치가 있다...
티벳인들이 수공예품을 전시해 놓고 판매하고 있다...
그리 장사는 잘 되지 않는 편인것 같았다...
성수기에는 여기 있다가 여름철과 한겨울에는 포카라 근처의 티베탄 콜로니에 가서
지낸다고 한다...
여기 아리따운 티벳 아가씨...
23살인데 잠깐 사이에 친해져 버렸다...
왜냐 하면 한국 드라마의 위력이 여기가지 퍼져 버린 것이다...
포카라에서도 한국 드라마 내용을 아는 네팔인들이 드라마 주인공 이름을 대곤 했는데
여기 산속에서도 인기라니 놀라웠다...
대장금...윈터 소나타(겨울 연가)...
자꾸 물어보는데 내용보단 주로 남자 주인공의 잘 생긴 얼굴에 주목하는 것같다...
다이닝 룸이라 부르는 식당은 내부에도 있지만, 비오거나 날씨가 춥지 않을 때는 대부분 야외 테이블을 선택한다...
포타나에서는 방에서도 충전이 가능했지만 여기부터는 다이닝 룸에서 충전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무료이다...
씻고 나니 별로 할일도 없다...
짐 무게도 줄일겸 신라면을 쿠킹 차지 50루피주고 끓여달랬더니
국물을 한 1리터는 부은것 같다...
수분 보충차원에서 그냥 참고 달밧과(250루피) 같이 먹어버렸다...
이후에 라면을 끓일때는 항상 직접 부엌에서 요리해서 먹었다...
밤에는 티벳 아가씨와 그 이모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동서남아에서 유독 잘 통하는 내 농담섞인 말로 웃겨주며 시간을 보내다가
자러 갔다...
가기 전에 딜럭이 뭐하나 찾아보니 다른 포터와 가이드와 카드 게임을 하고 있다...
재밌는 모양이다...
(지누의 메뉴판입니다...
역시 생수인 미네랄 워터는 아예 없고 필터 워터를 50루피에 사야 하고
가격이 조금 더 올라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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