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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차 여행/중국

2001년 10월 또다른 여행을 시작하며...

by 즐거운 항해사 2007. 9. 2.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석달간의 여행에서 돌아와서 일도 하고 방도 다시 구하고 한국에서의 삶에
이제 또다시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여느 식물의 것이 아닌 반얀트리의 그것처럼 여기저기 옮겨다닐 수 있는
뿌리일 뿐이다..

느끼는 것은 역시 사람들의 속물정신..복잡함..우리네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불신들..
그리고 그 속에서 또다시 허우적대어야하는 나..
빠져나가고 싶은 욕구뿐이다..
내겐 이미 방콕에서 끊어온 왕복항공권 중 리턴티켓이 남아있다..
벌써 여러번 그것을 사용하고자 생각한 적이 많다..
돌아온지 불과 한달 남짓 지났을 뿐인데..

그러나 지금 나가면 십중팔구 영원히 방랑하는 히피나 폐인이 되어버릴 것같아
꾹 참고 있을 뿐이다..
많이 보아온 그들처럼 되지 않을려면..

아마 10월 중순이었을 것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인천에서 배타고 중국으로 떠났을 때가..
여객터미널에는 단체관광떠나는 할머니,할아버지들과 여행사에서 떠나는 소수의
학생팀들..홀로 떠나는 배낭족은 없다..
이번 여행도 외로운 여행이겠구나 중얼거렸다..
방학때 떠나면 되는데 그때까지 마음이 기다려주지 않으니..

배는 생각외로 상당히 깨끗하다..
인도 본토에서 안다만 섬가던 배가 생각났다..타이타닉 닮은..
내 방은 4인실이었는데 혼자 썼다..행운이다..

짐을 풀고..식당은 한식당과 가라오케에 딸린 중식당이 있었는데
사람없는 중식으로 갔다..처음 맛보는 중국음식..벌써 보따리장수아주머니가
달라붙어 귀국시 짐 하나 들어달라고 침튀기며 이야기한다..
덕분에 걱정됐던 숙소를 소개받았다..조선족의 ..
밤 도착이라 도저히 북경까지 갈수 없어 곤란했었는데..

천진에 도착하니 벌써 컴컴하다..
조선족소녀를 따라 가는 길도 조명 하나 없이 어두워 겁이 난다..
처음 간 나라는 분위기 파악이 안돼서 힘들다..
안전한 곳인지..위험한 지 구분이 안 되니..
그러나 경험상 아시아에서 험악한 일은 당한 적이 없어 그것하나 믿고 골목골목
따라갔다..
초대소라나..꼭 초등학교건물이다..
큰 방에 침대4개..혼자 쓰나 여럿이 쓰나 가격은 같아서 혼자 쓰기로 했다..
저녁도 제공해 주었다..
앉은뱅이 상에 중국나물이랑 돼지고기튀김?볶음?..모르겠다..
아직 땅이 흔들리니..24시간 동안 항해해서 그럴 것이다..
주인방에는 딸애가 붙인 HOT 캐리커쳐가 크게 붙어있다..
그리고 희귀한 약재 구하러 중국의 시골을 뒤지는 보따리 장사아저씨랑
연변족아가씨와 위장결혼 하러왔다가 연락이 안돼 돈 한푼 없이
걱정하는 대구아저씨..건물관리하는 중국아저씨가 딸애랑 농담하는 걸
듣고 있다가 씻으러 갔다..
정말 화장실엔 문이 없었다..

창밖을 보니 캄캄한 밤하늘에 묵직한 기운이 공장지붕위를 덮고 있었다..
이렇게 중국에서의 첫 밤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