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당시 일기에 썼던 글이라 말이 짧습니다...양해바랍니다^^
99년이다..
인도를 3개월쯤 유랑하고 드디어 꿈의 고아에 닿았다..
임헌갑씨 책에서 보고 고아를 너무 환상적으로만 생각한 나머지
인도여행중 항상 생각한 것이 고아가면 한달간 쉬어야지..
이제껏 바빠서 못 갔던 여름휴가를 몰아서 내야지..
그런 생각이었다..
드디어 봄베이에서 고아까지, 바닥에까지 가득 인도인이 누워버린 기차를 타고,
아니 위의 짐칸에 올라앉아 오랜시간동안 이동했다..
일단 빠나지에 짐을 풀고 10여개의 해변을 관광시켜주는
버스로 해변을 고른 다음 제일 마음에 든 깔랑굿 비치에 월세를 얻었다..
인도인들이 많이 놀러오는 곳이다..
오랜 협상끝에 꽤 깨끗한 방을 3300 루피(약 십만원)에 세낼수 있었다..
이 방은
레스토랑도 딸려있었는데 밥먹고 있으면 파도가 때로는
2 미터 전방까지 밀려오고,
잠잘때는 파도소리를 자장가삼아 꿈나라로 갈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
난 꽤 만족했다..
단지 여주인이 비싼 음식을 시키지 않으면 인상을 찡그리는 것만 빼고는...
깔랑굿을 기지로 삼아 매일 시외버스타고 고아에 있는 십여개의 비치에
놀러가는게 내 일과였다..때로는 너무나 토속적인, 인도적인
어촌을 발견하고는 기쁨에 몸을 떨기도 했고..
화려한 현대식 리조트로 꾸며진 비치도 보기도 했다..
하루는 대나무를 꺽어 낚시줄을 만들어 보려는데
옆에서 집주인의 어린 아들이 한심한 듯 보더니
자기가 만들어준댄다..
휘리릭..솜씨좋다..
룰루랄라..
근처에 전에 봐둔 바위해변으로 떠났다..
걷다가 해변식당에 들러 미끼로 쓸 오징어를 조금 썰어달랬다..
참..인도가 아직 인심이 좋긴 좋다..
우리나라 횟집에서 그랬으면 날 회치려 했을테지..
허리까지 잠기는 강도 지나고 수풀도 지나 적당한
바위들이 나타났다..
허술한 낚시에 허술한 미끼..
그 허술함에도 그래도 걸려드는 인도 물고기들..쯧쯧..
한 세 마리쯤 손맛을 느낄때 지나가던 인도인이 다가왔다..
뭐야 이거..
종이를 내미길래 읽어보니 한글이다..
한국배낭객이 쓴 글 왈..
"이 아저씨 귀파주는 아저씨인데요..
착하긴 한데 없는 귓밥을 막 보여주고
약간 사기쳐요..이 글은 칭찬하는 글이라고 하세요^^"
음.."아저씨,씨유레이터"
다시 낚시 몰입..
게가 많이 올라오고 밀물이라 집으로..
국끓여달랬더니 아저씨는 해줄까 말까 하는데 아줌마가 안된단다..
돼지 줬다..잘 먹네..
깔랑굿의 재미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우리 짬뽕과 아주 흡사한 맛을 내는 짬뽕집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티베탄 식당이다..
입맛이 땡길때마다 자주 갔고 나중에 한국사기도박단을
만났을 때도 데리고 가서 소개해주었다..
이들은 나중에 언급하겠다..
또 밤마다 들러 한잔 하거나 생선 탈리 한그릇 해치우던
서민 식당..
인도인들은 술 한잔 시켜놓고 친구끼리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아무말없이 술 한모금..쳐다보다가 술 한모금..
한 컵 분량으로 두 시간은 버틴다..다들..
난 그러는 그들이 재미있어 위스키에 소다수를 탄
그 가게에서 인기있는 메뉴로 마셨고..
기분좋으면 거기다 맥주 한잔 더 하고
어두운 골목길을 거쳐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으며
귀가하곤 했다..
안주는 소금간을 한 땅콩이었다..
인도식 발음을 몰라 항상 '도 루피'(2 루피=60원) 하면
땅콩을 갔다주던 어린 보이가 생각나는 그때는 정겹고
안빈낙도하던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봐도 내 인생에 그렇게 유유자적하던 때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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