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할에서 등산한 것말고는
동네를 산책하며 설렁설렁 시간을 보내며
하는 일없이 느긋하게 보냈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끼니를 챙겨먹고
바람이 떠미는대로 걸어가다 숙소로 돌아와
책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정말이지 내 적성에 잘 맞아 떨어지는 시간들이었다...
"한량"...
말만 들어도 가슴떨리는 나의 숙원이다...
시간은 흘러 떠나야 할 때가 왔다...
왜 즐거운 시간은 이리도 빨리 가는 것이냐...
그래도 터키에 너무 오래 주저앉아버리면
동유럽을 둘러볼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3개월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유수펠리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유수펠리에서 에르주룸까지 다시 3시간의 버스여행을 거치고
에르주룸에서 앙카라까지 15시간의 버스여행을 다시 거치고
새벽 3시에 도착한 에르주룸에서 3시간을 더 기다려서야
사프란볼루가는 버스를 잡아탈수 있었다...
대기시간을 합치면 30시간 걸려 도착한 것이다...
하긴 1500 km나 되는 터키의 동쪽 끝에서
서쪽으로 터키의 3분의 2 나 이동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걸린다...
옛날 중국에서 티벳갈때는 더 긴 버스 여행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견딜수 있었던 것같다...
유수펠리에서는 수도인 앙카라나 목적지인 사프란볼루까지
가는 직행버스가 없어 일단 에르주룸까지 가야한단다...
꽤 괜찮은 버스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3시간 걸리는 에르주룸까지 20리라 (약 18000 원) 이면
한국보단 저렴했다...
그러나 방식은 인도나 동남아와 흡사했다...
자리가 모자르니 간이 의자를 복도에 놓고
손님을 더 태운다...
도로는 참 시원하게 잘 만들어 놓았다...
경치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두니 볼만했다...
이때까지는 얼마나 피곤한 여정이 될지 상상도 못했다...
작은 휴게소에 정차해서 약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다음...
다시 황야로 들어선다...
아직까지는 동북부의 고원 지대에 있는 느낌이다...
문명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던 곳만을
달려오다가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도시를 만나자
반갑기까지하다...
에르주룸이란다...
터키의 아파트들은 원색으로
치장되어 있다...
내 눈에는 한국 아파트들보다 더 멋지게 보인다...
도시를 이리저리 가로질러...
오토가르(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건물 내부에서 화장실도 사용하고
점심식사도 한 다음 앙카라까지 가는
버스표를 구했다...
그런데 내가 타본 터키 버스중 가장 현대적이고
편안한 녀석으로 당첨되었다...
터키에는 버스회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수준도 가지각색인데 다행이었다...
당연히 장거리일수록 좋은 버스가 배차되는 것같았다...
벤츠다 벤츠...
좌석부터 인테리어까지 처음에는 우주선같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에르주룸을 떠나 저녁무렵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멈췄다...
여기는 아주 큰 휴게소였다...
한국에서처럼 간식거리와 식사를 하는
가게들로 북적거렸다...
터키의 달디 단 디저트인 로쿰...
역시 단 맛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도의 스윗과
비교했을때 어느 것이 더 달더냐고 묻는다면 인도 스윗의 승리다...
그러나 향과 감미로움의 조화가 잘 된 로쿰이
훨씬 더 예술적이다...
앙카라에 도착하니 새벽 3시였다...
새벽에는 위험하므로 도착을 가급적 피할려고 했는데
땅덩어리가 워낙 크다보니 매 시간마다
버스를 배정하기가 힘들었는지
시간대가 안 맞아 어쩔수 없었다...
목적지인 사프란볼루행 버스는 아침 6시에 있다하니
그 동안 어디서 기다려야 했는데
수도의 버스터미널이지만 컴컴한게 영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나마 많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가서 3시간 정도 원없이 시간을 죽여본다...
이제까지 다녔던 터키의 추억을 되새기며...
5시쯤 되니까 가게들이 한 두군데 문을 열기
시작했는데 간이 부페같은 식당에 눈길이 머물렀다...
몸이 너무 피곤했으므로 잘 먹어두어야지 하고
접시를 들었으나 막상 먹었려고 하니
대부분 입맛에 맞지 않을거 같아 계란과 소시지를 중심으로
몇 가지만 담았다...
그래도 10 리라에 이 정도면 터키에선 잘 먹은 셈이었다...
이렇게 긴 버스여행끝에 아침 10시쯤에는 사프란 볼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그 마을에서
나는 터키에서 가장 잘 먹고 유쾌하게 휴식을 취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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