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오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선생님들도 식사할 시간이 필요하시고
섕과 저는 근처에 새로 개발되었다는 폭포로
가서 점심을 먹고 왔습니다...
나두엉 마을은 이런 우거진 수풀을 감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입구까지 두달전에야 길을 새로 닦아
다녀온 사람이 거의 없는 폭포입니다...
산속에 난 오붓한 길을 따라가다보면
국수같은 간단한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처음에 나오고
조금 더 걸어가면 첫번째 폭포가 나옵니다...
이 폭포는 규모가 작았지만
쉴만한 바위가 많았기에
섕과 같이 적당한 곳에 앉아 사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침에 준비한 치킨 버거를 같이 먹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갔습니다...
길은 쉬웠고 아기자기했습니다...
저 멀리서 굉음이 들리며 50미터의 커다란 폭포가
우리를 반겼습니다...
어찌나 그 기세가 대단한지 물안개가 멀리서부터
느껴지고 물을 맞으러 간 섕은 폭포 중간으로는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엄청난 물의 힘에 접근이 어렵다합니다...
다녀와보니 두 명이 와 있었는데 싸이와 뚜이라고 합니다...
섕의 친구는 뚜이인데 싸이가 영어를 잘해서
주로 대화를 했습니다...
학교를 한번 둘러보고 더 필요한 부품을 적어보라고 하니
과전압차단기와 (2개-40,000낍)
단자함(단자함 작은 사이즈 2개-40,000낍)
퓨즈가 더 필요하고(3개-15,000낍)
선풍기(3개-690,000낍)
전선이 고압이라 더 굵은 것으로 몇 종류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70미터짜리 4종류- 1,450,000낍)
그리고 150만낍인 제일 비싼 저게 뭐냐하니까
바로 문제의 "꿍터"라고 합니다...
그게 뭐냐...꿍터가 뭐냐니까
이런 모양의 흔하디 흔한 계량기라고 하는데...
그 자체가격보다 서류를 꾸며 비엔티안에 있는
정부소속 회사의 허가를 받는 비용이고
기간이 2주일 걸린다고 하는군요...
깜짝 놀래버렸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전봇대에 전선만 잘 연결해서 학교로 이어주고
선풍기를 달면 되지 않겠나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 아무도 꿍터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고
2주일뒤면 제가 라오스를 떠난 후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여기 나두엉 선생님께서 선풍기를 설치해달라고 부탁했을때
전기가 들어와 있냐고 물으니 들어와 있다고 했고
게스트하우스를 직접 건설한 숙소 여주인에게
물었어도 말해주지 않았었고
철물점의 선생님에게서도 전선만 50미터정도 있으면
연결된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숙소 여주인과 철물점 선생님은
꿍터는 아마 이미 설치되어 있다고 생각한 경우고
나두엉 선생님은 예전엔 나두엉마을에 아예 전기가 안 들어왔었는데
지금은 (학교가 아닌) '마을'에 전봇대와 전기가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였다고 해석됩니다만...
학교바로 뒤까지는 전기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어쨌던 처음 듣는 꿍터의 등장에
왜인지 약간 열도 받고 해서...
또 2주나 걸리면 설치후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오지 못한다는
부담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휭휭 돌아가는 선풍기의 시원한 바람에
신나하는 아이들의 미소를 회원님들께
보여드릴려고 기대에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가격을 더해보니 절반 가량 남은
기부금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었고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을 10분 정도 했습니다...
같이 가신 회원님이 계셨더라면 같이 의논도
하고 좋았을텐데 혼자서 고독한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라오스에서도 가난한 집은 보통 잘 사는 가정집에
전선 연결을 부탁해서 한달에 얼마씩 주고
전기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알고 있기는 해서
그냥 무허가로 전선으로 연결할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도 해봤지만 어차피 설치해주러 기부금을 모아왔고
이왕 하는거 좋은 것으로 마련해주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교사란 직업이 어느 나라에서나 지성과 품위를
가진 직업인데 나중에 당국에서 무허가 연결로
피해를 보게 해서는 되겠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꿍터까지 모두 설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싸이가 제안한 물품중 아주 급하지 않은 전등과 소켓, 스위치는
이번엔 생략하고 내년에 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 다른 재료들을 구입해서
내가 묵는 숙소로 오라고
싸이에게 일러두었습니다...
그리고 일단 솜씨를 한번 알아볼겸 선풍기 2개 정도
설치해봐 달라고 했습니다...
조립 설명서는 일반인이 봐선
알쏭달쏭하게 나와있었는데...
설치담당인 뚜이는
설명서를 보지도 않고 차근차근 선풍기를 조립해나가더니...
교무실 천정에 있는 나무에 지지대를 못으로 박고...
여기 천정에 어떻게 올라갈까 궁금해했는데
긴 대나무사다리 하나에 올라가서
중심을 기가 막히게 잘 잡으며
못질도 야무지게 합니다...
그리고 조립된 선풍기를 올려주니
깔끔하게 완성이 되었습니다...
7분 정도걸린 일이었습니다...
섕 말로는 이 두 사람은 정부 기관 공사를 많이 맡아봐서
실력은 믿을만하다 그랬는데 직접 보니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무실보다 훨씬 높은 교실 천정에는
어떻게 올라가서 설치할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하나 더 만들어서 교실에 설치하는 것도
사진을 찍고싶다했더니
다시 하나를 금방 조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도 조립하는 광경을 유심히 보시며
기분이 좋으신지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그사이 싸이는 내일 사러갈 물품들 목록 옮겨적고 있구요...
사다리를 들고 교실로 갑니다...
높은 천정에는 안 닿을것 같은데 생각하며 따라갔는데...
책상위에 사다리를 올려놓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정말 주어진 도구들만으로 응용을 잘하시더군요...
체중이 작게 나가서 그런지 대나무 사다리가
그리 강해보이지는 않는데도 잘 버팁니다...
분마 선생님께서 열심히 잡아주고 있는 덕분이기도 하겠지요^^
작업하는 사이 어린 학생들은 선풍기를 신기한듯 만져보고
자기들끼리 재잘거립니다...
이제 2주후면 10월에도 33도까지 올라가는
한낮의 더위를 식혀줄 선풍기바람아래에서
신나게 공부할 수 있을겁니다...
여기 사람들이 더위에 강할것 같아도
더워서 땀을 많이 흘렸을때는
물섭취를 그만큼 많이 해줘야한다는
상식을 몰라서 건강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폰트래블의 누언만 해도 몇년전까지만 해도
아무리 일해도 땀이 나지 않았고 관절 이곳저곳이
찌릿찌릿 이상하게 아팠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엔티안의 큰 병원에 갔더니
자주 먹던 인스턴트 누들을 먹지 말고
운동도 자주 하고
음식을 골고루 잘 먹고 일한만큼
물을 충분히 마시라 그랬답니다...
그 결과 지금은 5분만 밭일을 해도 정상적으로
땀이 잘 배출되고 통증도 없고 건강해졌답니다...
꼭 물을 많이 마셔서 나은건 아니겠지만
땀을 많이 흘리는 나라일수록 물을 많이 마셔줘야하는데
안 그러니 땀으로 나올 수분이 없을만큼 몸안이 메말랐던 겁니다...
여기 학생들도 공부하다보면 더위에 지쳐 어질어질하고
그런 현상들이 다 있었을 겁니다...
이제 조금이나마 그런 현상들을 회원님들과 힘을 합친 결과
덜어줄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선풍기 다는 작업을 아이들은 열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내가 좋을것 같냐고 물어보니까 수줍게
좋다라고 말하네요^^
이제 선풍기가 올라가고 완성이 되었습니다...
그놈의 꿍터가 오고 전선을 연결만 하면
이제 완성입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저 선풍기가 시원스레 돌아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싶었지만 라오스라는 환경이
막아서는군요...
라오스를 여행하는 것보다 체류하면서 살게 되면
이런 일들을 더 자주 겪게 될것 같습니다...
사회구조와 시스템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 생각을 라오스에 맞추려면 시간도 걸리고
다시 초등학생이 되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배워야 하겠더군요...
살고 계시는 교민분들은 얼마나 마음고생을 더 했을까요...
호기심과 기대에 부풀어 선풍기를 바라보는
저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께 꿍터나오면 공사마무리될거라고
말씀드리고 나머지 물품들의 비용은 내일 싸이와 뚜이를 만나서
지불할거라고 했고 선생님들은 일지에 이런 사실을 적었습니다...
학교를 떠날려고 하니 아이들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와 손을 흔들고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차가 출발하자 따라오며 손을 흔들더니
여자아이 한명은 넘어지기까지 합니다...
나두엉을 방문한 그 날 아이들이 낯선 방문자에게
살갑게 구는 모습에 무척이나 상쾌한 바람이
저를 감싸안으며 지나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내내 싱싱한 미소가
제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라오스의 미소란 것은
라오인들이 짓는 미소라기보다는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방법에 따라
우리가 얻을수 있는 미소...
바로 그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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